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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공연 베버작「자유의 사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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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립「오페라」단의 이번 공연은 우리나라에서 정통적인 독일「오페라」를 다룬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욕적이다. 더구나 신인 현혜숙 박성원 박인수씨 등을 일약 주연으로 등용시킨 기획은 참신하고 대담하다. 막이 오르면 숲 속의 주막-「카스파르」가 악마에게 혼을 팔고 마탄을 얻도록「막스」를 유혹한다.「막스」는 내일 사격에서 승리를 해야만 연인인 아가테와 결혼할 수 있다. 2막은 음산한 마탄 주조장, 종막은 숲 속 사격장이다.「막스」의 여섯 발은 적중하나 마지막 한발은 악마의 흉계로 아가테를 명중한다. 그러나 그녀는 몸에 지닌 장미 때문에 다시 살아나고「카스파르」가 숨긴다는「해피·엔드」다.
연출의 이진순씨는 낭만적인 사랑의 애환을 내면에서 추구한 것 같다. 그래서 극적 박력보다는 차분한 느낌.「막스」역의 박인수씨는 신인답게 착실했으나 극적 변화를 보여주지는 못했다.「아가테」역의 황영금씨는 가장 뚜렷하게 가사전달을 했다. 특히 3막에서의 아리아」(카바티네)는 수작.「카스파르」역의 오현명씨는 여유 만만한<노래하는 연극인>다웠다.
「엥핸」역의 현혜숙씨는 싱싱하고 세련된 연기와 노래를 했으나 가사 전달에 보다 유의해야겠다.「오토칼」역의 신경욱씨는 연기나 노래가 당당했고「쿠노」역의 진용섭씨는 낭랑한 발성으로, 도사 역의 이인영씨는 윤기 있는 목소리로 마음을 끌었다.
임원식씨의 반주는 열심이었으나 간혹 조잡했고 합창은 소리의 절제가 부족했다. 그리고 <늑대의 골짜기>의 달밤정경과 경기장의 그늘 묘사는「리얼」한 멋을 풍겨주었다. 역사 조상현.<5월 10일 공연에서> 김기정<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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