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한강변 압구정·반포·잠실·여의도·이촌지구 아파트 재건축 확정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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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최근 한강변 주요 재건축단지인 압구정·반포·이촌(서빙고)지구 아파트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확정 발표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50층 내외였던 게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확 낮아진 것이다. 여의도지구, 그리고 잠실역과 가까운 일부 역세권 지역만 50층이 허용된다. 공공·편익·근린상업시설 등 비주거용 시설을 포함하는 복합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을 때만 가능하다.

서울시의 한강변 재건축 관리 방안에 따라 올 1월 확정된 서초구 신반포1차아파트 재건축 조감도(최고 38층). 한강변과 가까운 동은 저층이고, 멀어질수록 층수가 높아진다. 기존 한강변 아파트와 달리 층수가 다양하다. 북쪽에 위치한 낮은 동이 일조권 침해를 받지 않도록 배치하다 보니 남향이 아닌 동이 포함됐다. [자료 서울시] 

강쪽은 15층 이하로 제한

잠실역 주변에서 50층으로 지을 수 있는 곳은 잠실 5단지뿐이다. 여의도는 주민이 원하고 상업지역과 붙어 있는 단지에 한해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허용한다. 51층 이상 초고층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잠실 리센츠나 잠실 엘스는 거의 모든 동(棟)을 33~34층으로 재건축했다. 하지만 한강변 재건축단지는 이게 불가능하다. 최고 층수는 35층이지만 서울시가 한강과 붙어 있는 부분을 15층 이하로 짓도록 했기 때문이다. 강과 멀어지는 단지 내부로 갈수록 층고가 높아지는 형태다. 과거엔 대체로 단지 내 동별 높이가 비슷했지만 앞으로는 상당히 달라지게 되는 셈이다.

 재건축단지의 용적률은 300%다. 아파트 높이는 낮아졌는데 용적률을 채우려면 건물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제원 시 도시계획국장은 “일단 단지 배치를 해 보고 도저히 용적률을 맞추지 못하면 단지 내 일부 동의 높이를 35층보다 높게 올려 주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도시계획위에서 심의하게 된다.

 이번 서울시 확정방안은 초고층 타워형 건물을 짓겠다는 일부 지역 주민의 계획과는 상당히 벗어난다. 또 강변부터 남쪽으로 갈수록 점차 높아지도록 건물을 올리면 대부분의 아파트가 남향으로 서기는 어렵다. 일조권 때문이다. 한강변 관리방안 작업에 참여한 건국대 강병근(건축학) 교수는 “한강이 북쪽이기 때문에 저층인 강변 동은 일조권 침해가 일어날 수 있다”며 “이를 막으려면 단지를 지금과 달리 재배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의 관리방안을 적용해 올 1월 확정된 서초구 신반포 1차 아파트 재건축 조감도를 보면 남향이 아닌 동이 포함됐다는 걸 알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은 “해당 주민들과 수차례 공청회를 했다”며 “공청회 도중 과거와 같은 소란이 없었던 것은 물론 주민들이 다 만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 반응은 엇갈린다. 만족한 경우도 있었지만 여전히 불만스럽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시는 이번 방안을 마련하면서 각 구청의 협조를 받아 아파트단지 대표들과 한 차례씩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김병균(69)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자치관리위원회장은 “아무리 시에 얘기해도 우리 의사가 관철되지 않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간담회 당시 아무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고 불만스러워했다. 그는 “시장이 바뀔 때마다 개발계획이 달라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면 동 수가 늘어나면서 동간 거리가 줄고 공기 흐름도 나빠져 쾌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압구정동 미성 1차 아파트 정기태(73) 입주자대표회장은 “우리 아파트는 70~80대 고령자가 많아 고층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고층으로 짓고 남은 공간에 공원을 조성하면 명물 아파트가 될 것 같아 조만간 주민 의견을 모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가 한강변 주민이 만족하는 이유로 든 게 기부채납 비율이다. 과거엔 25%였지만 이를 15% 이하로 낮춰 사업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해당 주민들은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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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계획

 김병균 회장은 “이미 과거에 아파트 지을 때 동사무소·도로·공원·공공기관 용도로 다 냈는데 재건축할 때 또 내야 하느냐”며 “5% 이상은 안 된다는 게 주민들의 입장”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정기태 회장도 “1982년 완공 때 이미 학교 등 용도로 기부채납을 했다”며 “10% 이하라면 주민들이 합의해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 11개 단지 아파트 소유주 연합 관계자는 “이곳은 중층 단지여서 기부채납 비율이 5% 정도여야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다는 게 주민 입장”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관리방안이 확정됐지만 부동산 시장은 잠잠한 편이다. 해당 아파트 주변 중개업소들은 부동산 경기가 워낙 얼어붙어 이번 확정안 발표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재건축에 늘 기대를 하고 있지만 쉽게 이뤄질지 모르겠다”며 “주민 부담금 등을 추가로 따져 봐야겠지만 주민에게 실이득이 없다면 재건축을 빨리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대아파트 주변은 거래가 거의 없고 대부분 9억원 이상이라 정부의 4·1 부동산대책의 영향도 없다”고 덧붙였다.

 50층 재건축이 가능한 잠실 5단지 주변만 달랐다. 이 단지는 지난 2월부터 일부 매매가 이뤄지면서 한 달 만에 5000만~6000만원가량 오르기도 했다. 잠실 5단지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최고 50층은 기존부터 알려졌던 내용”이라며 “이 지역에선 고층에 대한 선호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면서 매수 문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성탁·조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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