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마찰에 철새 논란까지 에코델타시티 멀고 먼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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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018년 부산시 강서구 일대 12㎢에 조성될 에코델타시티 조성사업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토지보상 기준에 대한 주민 불만이 높아 보상작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에코델타시티 예정지가 철새들이 많이 이동하는 경로에 포함돼 있다는 주장도 제기돼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산시와 한국수자원공사는 토지보상을 위해 다음 달까지 현지 실태조사를 마친다고 9일 밝혔다. 이어 7월까지 보상가를 결정해 9월부터 에코델타시티 예정지에 있는 900여 세대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한다. 대상 세대는 명지동 300여 세대, 강동동 400여 세대, 대저2동 200여 세대다.

 주민들은 합법적인 건물의 경우 건물 평가액의 30%에 해당하는 이주정착금(최대 1200만원 이내)을 받거나 80평 이내의 이주 택지를 조성원가 이하로 받을 수 있다. 또 사업지구 내에서 영업을 했거나 영농·축산을 했던 주민들은 상가 택지 8평 이내를 조성원가 이하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상가 택지 30여 평을 조성원가로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고 있어 입장차가 큰 상황이다.

 특히 이들 지역은 40년 정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다. 따라서 주민들은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주거와 생계를 위해 일부 집을 고치거나 무허가 건물을 세웠는데 이것이 법적으로 불법이다. 따라서 이 건물들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이 부분도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여기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의 80~90%는 소작농이어서 토지 보상에 따른 이익이 토지를 소유한 외지인 등에게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

 최성근(63) 명지동 주민대책위원장은 “이곳은 개발제한으로 주민들이 40년간 재산권 행사를 못한 고통을 겪은 만큼 이 부분을 고려해 이주대책이나 생계대책을 부산시와 수자원공사가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에코델타시티사업단 보상팀 관계자는 “법적인 기준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이지만 여러 가지 주민들의 사정과 의견도 고려해 이주 및 생계대책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에코델타시티 예정지가 철새들이 많이 이동하는 경로에 포함돼 있어 건물 배치와 높이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부산시 민관합동조사단(17명)에 참여한 3~4명의 위원은 “지난 2월부터 예정지 인근에 대한 철새 이동 실태조사를 한 결과 쇠기러기·재두루미 등 철새의 이동경로가 목격됐다”며 이 같은 의견을 냈다. 이들의 의견이 담긴 ‘부산 에코델타시티 친수구역 조성사업 조류조사 보고서’는 4월 중 공개된다.

 임경모(45) 부산시 국제산업물류도시개발단장은 “일부 위원들이 철새를 목격했고 이에 따라 에코델타시티의 건물 배치와 높이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은 맞다”며 “그러나 조사된 새의 수가 전체 5% 정도고 이 새들 중 철새는 극히 일부분인 것으로 파악돼 사업 추진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에코델타시티=부산시가 첨단산업·국제물류·연구개발 기능이 어우러지고 하천과 생태계가 살아있는 복합형 자족도시로 조성한다. 낙동강과 남해안을 끼고 있는 지리적인 여건을 감안해 요트와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마리나 겸용 주거단지도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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