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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해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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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유권자의 투표경향은 이해와 연결되는 징조를 뚜렷이 해가고 있다. 현저하게 줄어든 도시의 야당성향 그리고 농촌지역에서의 야당진출은 이해투표의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농촌의 야당진출은 공화당정부의 농촌정책에 대한 농민의 「불만의 표시」라는 것이 공통된 얘기-. 원성군에서 채소재배를 하는 한 농부는 『영농자금 방출도 늦고 소비시장도 없어 결국 채소를 생산가 이하로 방매하게 되어 이대로 가면 밭을 팔고 원주시에 가서 지게벌이라도 해야할 형편』이라고 불평했다.
부평의 한 농부는 『부평지구에 연간 3천「달러」 수출목표의 공업단지를 조성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이 이곳 농민의 생활에 직접 혜택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농토만 헐값으로 공업단지에 흡수되게 되었다.』고 투덜댔다.
이곳의 면 서기 한 사람은 『농산물 가격은 생산비이하고 다른 물가는 비싸지기만 한다는데 농민의 불만이 있고 이 때문에 공업화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볼 여유를 갖지 못한 채 불평이 앞선다.』고 풀이했다.
도시는 농촌과 달리 공업화에 대한 기대와 그 결과 나은 안정희구 경향이 뚜렷하다. 부산의 한 회사원은 『지난 5·3때 우리 집식구들은 모조리 여당을 찍은 모양입니다. 아마 살기가 좀 나아졌다고 느낀 모양이지요…』라고 말하면서 『만약 야당이 이길 경우 전망의 불투명성과 정권이양을 에워싸고 벌어질지도 모를 혼란』에 대한 두려움이 적잖은 도시표를 여당 쪽으로 흘러가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울의 한 대학강사는 『투표경향의 이익계층별 분화의 시작』이라고 해석했다.
대전의 한 상인은 『지난날에는 「데모」니 동원이니 해서 마음놓고 장사를 할 수 없었습니다. 세금등쌀이 있기는 하지만 시끄럽지 않아서 좋습니다.』라고 안정에 대한 바람을 표시하기도 했다.
어쨌든 도시표의 『여당은 적이고 야당은 우리 편』식의 맹목적 야당 성향이 없어진 것도, 또 관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 가기 만하던 농촌에 비관의 눈이 높아진 것도 유권자가 실리를 찾아 투표할 만큼 이 나라 정치도 어느 의미에서 성장하고 변모해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같은 이해투표가 국회의원선거에서 어떤 현상으로 나타날 것인지를 또렷이 갈라놓기는 어렵다.
농촌이 여당에 대한 불만을 국회위원 선거에까지 연장시키고 도시가 지역발전을 추구, 여당 쪽에 쏠린다면 「도시=야」 「농촌=여」로 나타났던 종래의 선거도식은 뒤바뀌게 될 지도 모른다. 신민당의 이중 곡가제 등 농촌정책이 농민에게 매력을 주었고 반대로 쇠퇘해 가는 중소도시는 여당 의원을 뽑아 공장도 유치하는 등 활로를 터 보아야겠다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러나 국회위원선거는 지역적인 여건에 대한 이해의 판단이 달라지고 또 인물, 씨족, 선심 등 전근대적 요소가 얽혀들고 있다.
호남의 해안지대 중·소 도시는 쇠퇴경향이 뚜렷하다. 중심가의 상인들은 『이렇게 경기가 없고 메말라서야 살기 어렵다.』고 푸념-. 이래서 야당도시의 「이슈」를 가졌던 이들 도시민은 여당을 뽑아 도시의 경기를 회복해야겠다고 말하는 유권자도 적지 않다.
농촌에서도 지역 사회에 대해 관심들이 높아지고 있다. 또 그런 추세 속에서도 『우리가 누가 머라캐도 안동 권씨를 찍을 깁니다.』라고 말하는 안동의 씨족파 농부도 있고 『여기서 출마한 ×××씨는 우리 면 출신 아닙니까』라는 보령의 지연파도 섞여 있다. 또 인물에 대한 평가도 제법 비중을 갖는 듯 했다. 원성군의 한 농부는 그곳 입후보자 중의 한 사람을 가리켜 『그분은 이 고장의 인물입니다. 우리 강원도 사람을 키워야지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데 비해, 대통령선거에 비해 여·야의 정치적 구호는 별로 실감을 주지 못하는 듯 했다.
『여당이 내세우는 원내안정 세력이나 야당이 말하는 원내를 통한 독재의 견제라는 말이 모두 정쟁 아닙니까』라는 인천의 한 의사의 말이 이 경향을 대변해 주었다.
영남의 경우 압승 「쇼크」도 있지만 『일은 마치게 해 주어야』라는 여당색도 있다.
호남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도 야당을 진출시켜야 호남 푸대접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게 될 것이라는 야당 색이 있다. 따라서 6·8선거는 실리추구에 곁들여 『어느 쪽이 우리편이고 어느 쪽이 저쪽편이냐』는 선택의 근원적 분화경향이 드러나고 있는 탓인지 후보자들도 화려한 공약 못지 않게 「서민색」 「농민색」을 겨루어 드러내 놓으려고 애쓰고 있다. <완> 본사취재반 영동=박석종기자 충청=이창원기자 호남=이덕순기자 영남=이태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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