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명인의 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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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프랑스」가 자랑하는 귀재 「피아니스트」 「상송·프랑소아」를 필자가 처음 만난 것은 「뉴요크」의 「카네기·홀」에서였다. 그때의 기억으로 그는 전형적인 「라틴」체질의 연주가로 대범하면서도 환상적이며, 개성이 강하면서도 곡상을 예리하게 추구하는 「버추소」(거장)라는 인상이 아직 사라지지 않는다.
1924년 「프랑크푸르트」태생인 그는 일찍이 6세 때 「이탈리아」의 「마스카니」지휘로 첫 연주회를 가졌고 「파리」에서는 저명한 「피아니스트」 「알프래드·코르토」와 「마르리트·롱」 여사에게 계속 사사하여 1943년에는 「롱·티보」 국제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하였다. 그후 그는 「유럽」 각국과 극동에서의 연주여행으로 국제무대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가「뉴요크·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데뷔」한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5번과 「리사이틀」에서 선을 보였던 「슈만」의 「카니벌」등은 기교에서 오는 기계적인 구속하나 없이, 그가 지닌 풍부한 환상이 마음껏 발휘되어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 연주도중 명인 기질의 즉흥적인 영감에 좌우되어 신경질적인 기복이 있었으나 그후 「앤젤」 녹음반을 통해 다시 들어본 바로는 그가 자아를 예술 속에 구현시키려는 인간적인 성숙을 엿보게 하여 더욱 감명을 주었다.
오는 11일 밤「프로그램」에는 그가 장기로 하는「드뷔시」와 「라벨」이 빠져 애석하지만 「쇼팡」과 「리스트」의 시정을 들을 수 있어 기대가 크다. <서울대 음대교수·「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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