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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득표분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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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반의 예상을 훨씬 상회하여 1백16만이란 격차로 박정희 대통령의 재집권을 확정시켜 준 5·3 선거는 「지방색」등 전근대적인 요소들이 아직도 깊이 뿌리를 박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투표 동기는 자기와 직결되는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적으로 좌우된다는 선례를 제시해 주었다. 63년 선거 때와 같이 박정희·윤보선 양씨가 다시금 대결한 이번 선거에서 지난번과 대비한 표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①경상도는 63년의 6대 4 비율을 훨씬 넘어 2배 내지 3배로 박 후보의 일방적「리드」②지난번에 60대 40내지 55대 45비율로 공화당이 득승한 전라도에서는 근소하나마 윤 후보의 승리 ③55대 45로 야당세가 강했던 강원도는 여당지지로 선회 ④윤 후보는 2배 이상의 차로 압승한 서울에서 겨우 8만정도의 표차밖에 못 올렸고 야당권으로 기대했던 기호지방에서도 백중 내지 「약간우세」란 성과를 올린 것이 고작이었다. 이와 같은 표의 분포를 놓고 흔히 63년 선거 때의 「남북현상」과 비교, 「동서현상」이란 말로 이번 선거의 지역적 투표 편향을 특정 지으려 하지만 그러한 평면적 구획보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도시·농촌간의 투표성향의 평준화인 것 같다. 도시는 야당의 기반이며 농촌은 여 당의 표밭이란 고정관념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사실상 공화당의 승리하고 할만한 서울에서의 호각적 야의 우세는 한국의 집권당이 넘지 못했던 「선」 하나가 무너진 것을 의미하며 마산·대전·이리·청주·춘천 등 전통적 야당 도시에서도 여당우세란 현상이 나타났다.
도시에서 여당 지지자가 늘어난 것은 정부의 실적을 그들의 생활로써 긍정한 결과로 보이며 그 반면 『근대화란 농민의 희생 위에 강행되고 있다.』는 야당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는 호남 및 중부의 농민들은 잘살아 보겠다는 의지를 야당지지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청주·충주·대전·이리 등 도시에서 공화당이 득승한 반면 그 근교 농촌인 청원·중원·대덕·익산에서는 신민당 지지가 더 많았다는 사실로 이러한 현상은 유권자들의 투표동기가 자기의 생활과 이해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는 「예시」들인 것이다.
이번 선거전을 통한 여·야의 과당 공약 경쟁도 이와 같은 유권자들의 심리에 편승한 것이며 「표의 동서현상」도 따지고 보면 정부시책과 자기생활과의 상관관계에 따라 나타난 것이라고 풀이 될 수 있다. 영남의 박 후보에 대한 압도적 지지는 경상도 출신이라는 지연과 그 동안 이룩한 치적이 크게 작용했지만 그보다는 입지조건이 좋은 이 지방에 제1차 경제 5개년 계획에 의해 세워지는 많은 기간산업 공장으로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때문에 그 영향이 크게 파급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2∼3배 강으로 박 후보의 재선의 진을 확보해준 경상도의 친여색은 남하할수록 더욱 강해져 5·16 이후 큰 공장이 가장 많이 선 마산에서는 무려 8배란 기록적 격차를 보여 주었다. 지연도 무시할 수 없어 박 후보의 고향인 선산에서의 박 후보 지지율은 8대 1에 이르고 있으며 지난 선거 때 야당이 우세했던 마산·경주·안동·포항·김천 등 중소도시가 예외 없이 2배 이상의 차로 박 후보를 지지한 것도 주목할 만한 일. 군인 유권자가 많은 강원도에서 공화당이 이긴 것은 지난번에 윤 후보에 몰렸던 표가 정치적 안정, 처우개선, 월남파병 등으로 박 후보에 쏠린 데 공화당의 조직이 이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보강된 때문이었으며 태백산 개발 등 지역공약이 크게 「어필」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의 박 후보의 진출은 지금까지 서울이 보여준 야당성향에 비추어 이번 선거를 통해 특기할 만한 일인데 다른 도시표의 집권당 접근경향과 함께 국민의 정치의식이 맹목적 「반항」보다는 건전한 긍정으로 방향을 전환했음을 의미하는 것 같다.
반면 야당은 전라도에서 63년의 득표판도를 바꾸어 놓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 득표대세를 결정짓는 역할은 하지 못했다. 호남 「푸대접」으로 집약되는 야당의 공세가 충청·전라지방에서 꽤 파고 들어가기는 했지만 기대했던 득표차를 올리지는 못하고 그러한 전술이 호남에서는 도리어 역효를 낳아 얻은 것 보다 잃은 것이 많은 결과가 된 감이 있다. 공화당은 이 지역에서 도시에서는 63년보다 훨씬 많은 지지표를 얻어 지난번의 근2배의 야당표가 나온 대전·청주·충주·이리에서 근소하나마 득승하고 다른 도시에서도 크게 표차를 압축했으나 그 이상으로 농촌표는 야당에 돌아갔다. 그러나 정부가 중농정책의 시범지역으로 집중 투자한 김제선 역시 공화 우세가 시현되었으며 부여·금산·논산 등 여당 중진의 출신구에서 박 후보가 「리드」한 것도 집중공세의 결과인 듯하다. <이억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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