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용산개발 공중 분해… 그 후폭풍이 두려운 진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추정 사업비가 31조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리는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청산 절차를 밟는다. 사업을 시작한 지 6년여 만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대 투자자이자 토지주인 코레일은 8일 서울사옥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13명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사업협약과 토지매매계약 해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코레일은 이르면 9일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PFV에 반납해야 할 토지반환대금 2조4000억원 중 5400억원을 우선 반납할 예정이다. 코레일이 5400억원을 반납하면 절차상 10여 일 뒤인 20일께 사업 부지가 코레일로 되돌아가 드림허브는 시행사 자격을 잃고 사업은 청산된다.

 코레일과 29개 민간 출자사는 그동안 사업비 마련 방식 등을 두고 평행선을 달려왔다. 그러는 사이 드림허브는 자본금이 바닥나 지난달 12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만기 연장 이자(59억원)를 내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코레일 관계자는 “디폴트 이후 코레일 주도의 정상화 방안을 제안했지만 민간 출자사가 반대해 결국 사업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29개 민간 출자사는 그러나 정부 중재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민간 출자사 중심의 새로운 사업 정상화 방안을 만들어 이번 주 국토교통부 산하 ‘공모형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 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모형 PF조정위원회는 중재자 역할만 할 뿐 양측 합의에 강제성이 없어 중재가 이뤄져도 코레일이 반대하면 사업 청산이 불가피하다.

 결국 향후 책임 소재와 손해배상을 둘러싼 유례없는 소송전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출자금 1조원이 허공에 날아갔다. 코레일과 29개 민간 출자사들이 사업 추진을 위한 자본금으로 낸 돈이다. 코레일은 2500억원, 롯데관광개발은 1510억원 등 30개 출자사가 200억~2500억원씩을 투자했다. 이 돈은 그동안 토지대금 대출이자 등으로 쓰여 한 푼도 남아 있지 않다. 소송 결과에 따라 손실액이 커질 수도 있다.

 경영진들에게 더 무서운 건 소송이다. 사업 무산으로 출자사 경영진들의 책임이 부각될 수 있어서다. 한 출자사 관계자는 “실패한 투자에 대해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명확히 소명하지 못하면 배임 혐의로 고발당할 수 있다”며 “배임이 아니더라도 경영진 책임이 인정되면 회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고 전했다. 이를 피하려면 ‘내 탓’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사업 무산 책임을 두고 소송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송전은 크게 코레일 대 29개 민간 출자사 구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사업이 청산된 결정적 원인이 양자 사이의 한 치 양보 없는 주도권 다툼이었기 때문이다. 양측은 사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2년 가까이 사업 방식과 사업비 마련 방법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민간 출자사끼리 법정다툼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크고 작은 사안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이다. 코레일의 정상화 방안에 찬성한 쪽이 반대한 쪽에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다. 한 출자사 관계자는 “사업지 내 토양오염정화공사에 참여한 건설 출자사 간 입장도 엇갈렸던 만큼 떼이게 된 공사비 300여억원에 대한 책임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발계획을 믿고 용산에 투자한 개인들이 출자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소송 규모만 4~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망했다.

황정일 기자

[관계기사]

▶주민들 "코레일 가서 자폭하고 싶은 심정"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