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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선거를 이룩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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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는 3일 우리는 대통령 선거투표를 하게 된다. 지난 한달 동안의 선거운동을 돌이켜 보건대 공화·신민 양당은 청중의 동원경쟁을 벌이면서 유세에 주력했고 또 유세에 있어서는 과잉공약을 내세움으로써 상대당이 내세우는 공약의 비현실성과 허구성을 폭로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양당의 설전은 분명히 과열상태에 빠졌었고 쌍방이 선거운동의 비위를 들추는 고소사태도 벌어졌다.
이와 갈이 여러 가지 불미한 점도 없지 않았지만 이번 선거전에 있어서는 유권대중의 냉정한 태도 때문에 입후보자들을 따라 흥분하는 일이 없었으므로 역대 대통령 선거운동 중 가장 조용한 선거라는 인상을 주었다. 우리국민이 이처럼 조용하고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선거운동을 맞이하였다는 것은 정치의식수준이 높아졌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분명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선거에 유종지미를 거두어 명실을 겸한 공명선거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투표 및 개표과정에 있어서 일절의 부정과 협잡의 개입을 배제하고 질서정연하게 주권자의 의사를 확정짓고 지도자를 선출토록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사항의 실천이 요망된다.
첫째, 선거관리사무의 공정성이 유지돼야 하겠다. 투표관리, 투표함 운반, 개표나 집계의 관리 등은 원래가 순전히 사무적인 성격밖에 띨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날의 선거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 관리사무 집행과정에 있어서 갖가지 부정과 협잡이 깃들여 크게 말썽을 일으키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있으므로 이번이라 하여 덮어놓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유령투표, 대리투표는 물론 투표함 운반도중의 투표함 바꾸어 치기 등이나, 개표 및 집계과정에 있어서의 표수의 인위적인 조작행위 등 투표자의 의사를 우롱하는 행위는 엄중하고 철저하게 배격되지 않으면 안 된다.
투표 및 개표의 사무집행과정에는 10중 8, 9는 경쟁하는 정당의 참관인이 참여하여 감시의 기능을 발휘키로 되어있다. 그렇지만 제아무리 감시인의 눈초리가 빛난다 하더라도 선거관리사무를 직접 다루는 사람들이 부정과 협잡을 해 가지고 특정인의 당선에 유리케 하고자한다면 부정·불법선거가 행해질 수 있는 여지는 다분히 남게 된다. 이점 우리는 투표, 투표함 운송, 개표, 집계, 중간발표 등의 관리사무를 맡는 종사원들이 그 맡은바 역사적 사명의 중대성을 인식하여 권력의 위력에 굴하지 않고 금품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기개를 가지고 공정한 사무집행에 충실해줄 것을 간절히 요망한다.
둘째, 투표의 자유와 비밀이 완전히 보장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유지토록 해야 한다. 민주선거가 민주선거로 불리는 소이는 누구도 공포를 느끼지 않고 자기의 의사를 비밀리에 발표할 수 있는 자유를 갖는다는데 있다. 만약에 투표자가 자기만이 알아야할 투표의 비밀의 공개를 두려워 일종의 억압된 심리상황 속에서 자기의 의사와 어긋나는 후보자에 대한 투표를 강요당한다고 하면 이는 결코 자유선거, 민주선거는 아닐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정부권력은 물론 정권투쟁을 벌이고 있는 정당들도 자유분위기를 조성하고 투표의 비밀을 보장하는데 최선을 다해주기를 원한다.
지난날의 삼인조나 오인조 투표에 흡사한 조직을 만들어 투표를 상호 감시시키는 불법행위는 근절되어야 하겠고 투표에 들어가기 전 정당원들이 투표자를 위협하거나 권유하여 자유의사의 형성을 흐리게 하는 따위의 행동도 엄중히 단속되어야 하겠다.
정부권력과 정당은 투표자를 빠짐없이 투표장에 나오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해야하지만 주권행사에 대한 권고가 특정인에 대한 투표유발이나 투표거부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정부 당국은 투표장 개표장의 질서유지에서부터 전반적인 치안유지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에 의한 치안유지활동이 투표자의 심리에 위력적인 암영을 던져주지 않도록 신중한 조심히 있어야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부관리가 투표에 불법 개입했다는 오명을 남기지 않도록 해야한다.
셋째로, 유권자는 주권자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정정당당히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정당이 전개하는 선거운동에 있어서 유권대중이 아무리 수동적으로 움직였다해도 선거운동에 대한 심판자는 바로 유권자 자신인 것이다. 지난날의 정치를 잘했는가 못했는가 또 이번 선거운동에 있어 경쟁하는 정당이 취한 자세가 옳았던가 옳지 못했던가를 최종적으로 심판하는 것이 바로 유권자인 것이다. 이처럼 심판자로서의 지위를 자각하는 국민이라면 권력에 의한 위압을 물리칠 만한 용기를 가질 것이요, 금품에 의한 유혹을 물리칠 만한 지조를 가질 것이다.
대저 우리 사회에서는 투표가 임박해지면 각종의 매표운동이 조직적으로 전개되고 또 이런 매표운동이 상당히 큰 효과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도 부정키 어려운 사실로 되어있다. 이처럼 매표행위가 성행하는 까닭은 주권의식을 자각치 못했거나 망각한 유권자가 주권행사를 너무도 값싸게 받아먹기 때문이다. 지도자를 잘못 선출하면 그 화가 바로 국민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표의 매매야말로 가장 가증스러운 반민주적 악덕행위라 단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모든 유권자가 자진해서 투표장에 나가며 신성한 한표를 행사하는데 공명정대하기를 원하며, 투표의 결과가 부정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민주적인 감시기능을 충분히 발휘해 주기를 절실히 요망하면서 5·3선거가 모범적인 공명선거가 되기를 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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