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도발 못하게 중국이 좀” 보아오 포럼 정상들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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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개막한 보아오 포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은 8일까지 계속된다. 올해 12회째로 역대 최대 규모인 43개국 1400여 명이 참석했다. [산야 로이터=뉴시스]

중국 남부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 열리고 있는 보아오(博鰲)포럼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고 나섰다. 2002년 첫 포럼이 시작된 이래 국가 정상들이 특정 지역의 안보문제를 거론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은 6일 개막했으며 ‘혁신·책임·협력으로 아시아 공동발전 추구’라는 주제로 8일까지 토론이 계속된다. 이번 포럼은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호주의 줄리아 길라드 총리 등 11개국 정상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43개국 1400여 명의 인사들이 참석해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리고 있다.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포럼에 참석 중인 존 필립 키 뉴질랜드 총리는 7일 하이난다오에서 시 주석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북한 도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한반도 안보 불안을 해결하는 데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키 총리는 전날 길라드 호주 총리와도 만나 한반도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한국에 있는 수천 명의 뉴질랜드와 호주인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와 관련해 머레이 매컬리 뉴질랜드 외무장관은 한국에 있는 뉴질랜드인들을 당장 철수할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호주 국영 ABC방송도 6일 길라드 총리가 4박5일 일정의 중국 방문 기간 중 예정된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더 이상의 도발과 위협을 하지 못하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길라드 총리는 “북한 정권의 호전적 태도보다는 한반도의 안정이 북한 주민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시 주석도 7일 기조 연설에서 “국제사회는 종합 안전, 공동 안전, 협력 안전이라는 생각을 고취해야 하며 어느 일방이 자신의 개별적 이익을 위해 지역이나 세계를 혼란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시 주석과 함께 하이난다오에 머물고 있는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6일 현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전화에서 “중국 정부는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어느 쪽이든 도발적인 위협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4일에는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의 한반도 긴장 고조에 우려를 표명하고 관련 당사국들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일체의 행동을 삼가 주도록 요청했다. 이에 대해 케리 장관은 북한이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중국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시 주석은 “10년 전 8000억 달러였던 아시아 역내 무역규모는 현재 3조 달러로 늘었고 아시아의 역외 무역도 1조5000억 달러에서 4조8000억 달러로 증가했다”며 “아시아 각국이 혁신과 협력을 더 강화해야 하며 역외국들이 아시아의 협력전통을 존중하고 역내 안전과 발전에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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