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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등장한 민주당의 국회 농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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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하선영
정치국제부문 기자

국회 본관 2층 계단 앞에선 나흘 전인 3일부터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이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일요일인 7일, 김 의원의 농성장엔 당 안팎의 여러 인사들이 김 의원을 위로 방문하러 왔다. 박원순 서울시장 같은 야권 인사뿐 아니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다녀갔다. 김 의원의 보좌관들은 방문하는 사람들을 카메라로 찍고 있었다. 김 의원 주변엔 ‘경상남도가 홍준표 공화국인가?’ ‘공공의료 말살정책 즉각 중단하라!’와 같은 피켓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김 의원은 서울대 의대 및 대학원(의학 박사)을 나와 서울대 의대 교수를 지냈다. 의료계에선 대표적인 진보 인사로 1987년 이후 26년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으로 발탁됐고, 19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기자와 만난 김 의원은 “나도 이런 방식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것 말곤 방법이 없는 걸 어쩌냐”고 토로했다. 그는 자신이 19대 국회 개원 이후 ‘1호 농성’ 의원이 됐다고도 했다. 단식 때문에 목소리엔 힘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런 김 의원이지만 앞으로 경상남도에서 병원 휴업 조치를 철회할 때까지 농성을 이어 갈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짓이 단식”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민주화 운동 시절엔 단식이 몸을 담보로 한 ‘최후의 투쟁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나름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화 시대 이후 제도정치가 안착된 뒤 단식을 해서 문제가 풀렸다는 얘기는 듣기 힘들다.

 진주의료원 문제는 뚝딱 해결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의료원에 남아 있는 환자들의 건강권은? 만성 적자를 보는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 개선은? 앞으로 공공의료정책의 방향은? 경남도의 휴업조치 이후 더 큰 쟁점들이 파생하고 있다. 이걸 혼자의 단식만으로 풀 수 있는가. 갈등 당사자인 경상남도와 병원 노조 사람들은 아직 한 번도 만나지도 않은 상황이다.

 김 의원이 소속된 민주당의 지도부는 최근 국회에선 집회, 시위 등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지난 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27석이나 있는데 바깥으로 나갈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런 다짐을 의학 박사에 의대 교수, 청와대 수석까지 지낸 김 의원이 단숨에 ‘제자리’로 돌려놔 버렸다.

하선영 정치국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