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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막내처남 이성호씨 벤처의혹 파문

중앙일보

입력

사업주가 투자자의 돈을 챙겨 외국으로 도주한 한 벤처회사의 투자유치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막내처남 이성호(李聖鎬.71)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된 부분은 李씨가 지난 2000년 8월 손바닥지문 인식 보안시스템 개발업체인 (주)핸디콤 코리아의 판매계열사인 (주)핸디텍 코리아의 창업식에 참석,"회사의 성공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축사를 한 사실.그는 핸디텍 코리아 대표이사인 차중덕(車重德)씨를 가리켜 "내가 제일 아끼는 후배이므로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고 했다.

李씨는 또 민주당 정대철.김원길.김경재.설훈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을 창업식에 초청했다.창업식엔 김윤기(金允起)당시 건교부장관이 참석했고,이한동 총리 화환도 있었다.

李씨가 투자유치를 돕고 이 회사나 소유자인 송봉섭(宋奉燮)씨 등으로부터 돈이나 주식을 대가로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한나라당은 李씨가 여당 의원들을 초청하고,참석자들에겐 투자를 권유하는 발언을 한 것은 대통령 친.인척으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회사에 투자한 피해자들은 "대통령의 처남이 회사 대표이사와의 두터운 친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집권당 의원들이 창업식에 무더기로 참석한 것만으로도 투자자를 현혹하기에 충분했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는 장부상으로는 2000년 2월~2001년 7월 사이에 30억원을 모은 것으로 돼 있다.회사측의 관계자는 "창업식을 한 뒤 90억원이 모아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이 회사는 지난해 5월 세무당국에 의해 매출실적 조작사실이 적발됐고,지난해 11월 宋씨가 투자자로부터 모금한 돈을 갖고 중국으로 도주해 사실상 공중 분해된 상태다.

한나라당은 이 사건에 대해 "대통령의 처남이 선량한 투자자를 울린 벤처사기극"으로 규정하고 대통령 친인척 비리의혹을 파헤칠 특검제 실시를 주장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수사할 만한 사안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서울지검은 "宋씨와 직원 吳모씨가 한 투자자로부터 1천3백만원 사기혐의로 피소됐으나 宋씨가 일본으로 출국,기소중지 상태"라고 밝혔다.

이성호씨는 해명서를 통해 "車씨가 사업을 도와달라고 해 격려사를 했을뿐 사례를 받지 않았으며,그 회사 지분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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