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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맞춰춤추는 철사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17호 29면

Lost in a Finite Space(유한한 공간에서 길을 잃다), 2011, welded steel, 132(h)x116.8x88.9cm
‘In Memory’s Lair(기억의 은신처)’(2010), welded steel, 274.3 x 147.3 x 91.4 cm

완강한 철사라도 그의 손에서라면 음악이 되고 춤이 된다. 올해 76세의 작가 존 배(John Pai)는 자신의 작업 과정을 즉흥적인 재즈 연주에 즐겨 비유한다. 작가 자신도 작품이 언제 어느 지점에서 끝날지 모른다며.

존 배 ‘기억의 은신처’전, 3월 28일~4월 25일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신관, 문의 02-2287-3500

그의 작품은 음악적이고 무용적 율동감을 지니면서 동시에 수학적이고 건축적인 조형적 완벽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치는 누나와 오페라 가수가 꿈이었던 형, 그리고 바흐와 색소폰에 탐닉했던 작가의 자라온 환경 덕분인지도 모른다.

독립운동가로 미국 망명길에 올랐던 부친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구호활동을 위해 모친과 귀국해버렸다. 혼자 살아남아야 했던 작가는 뉴욕 프랫대학교에서 4년간 장학금을 받으며 예술혼을 불살랐다. 덕분에 28세에 프랫대학교 조각과 최연소 학과장을 맡았다. 용접 조각가 테오도르 로작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그는 오늘도 직접 선의 아름다움을 창조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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