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투수들의 부상, 무엇이 문제인가 (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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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망주들의 러싱

보통 메이저리그에서는 22~3세까지를 투수의 '성장기'로 구분한다. 이는 고교시절 비교적 적은 이닝과 경기수를 소화하던 어깨가 프로야구의 많은 경기를 견뎌낼 수 있는 수준까지 단련되는 과정을 뜻한다.

대부분의 어린 투수들은 140여경기를 펼치는 싱글 A단계에서 크고작은 어깨결림을 겪곤 하는데, 이것은 어깨가 프로야구 시즌용으로 서서히 단련되는 과정에서 오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구단이 이런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 투수들에 대한 관리는 무척이나 세심하다.

마이너리그는 레벨별로 투구수 제한부터 구질제한 등 많은 제한을 둔다. 단순한 성적은 의미가 없다. 어떤 공을 어떻게 던지느냐가 오직 평가의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그러한 일들은 거액의 계약금을 받는 투수들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상황이 달라졌다. 엷어진 메이저리그의 투수층 덕분에 '특급 주목'을 받는 선수들의 경우, 마이너리그에서 단계별로 충분히 어깨를 성장시키기 전에 빅리그 데뷔를 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이들은 자신의 비싼 돈값을 고려해서라도, 또 구단의 엄청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최고의 성적을 내야겠다는 강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어깨가 완전히 단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빅리그 타자들을 맞이한 그들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된다. 그곳의 타자들은 단순히 좋은 구위만으로 해치울 수 있었던 마이너 친구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력을 다해 던진 바깥쪽 무릎코스의 빠른볼이 우중간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홈런으로 연결될 때,정신적 충격은 극에 달한다. 이것은 사소한 투구폼의 결함을 일으킨다.

투구폼이 부자연스럽게 변하던가 혹은 변화구 구사비율이 늘어난다던가 하는 문제의 원인이 된다. 결국 그 사소한 변화는 부상 노출도를 심각한 수준까지 올려놓는다.

1998년 내셔널리그 신인왕이었던 케리 우드(시카고 컵스)가 커브와 슬라이더의 지나친 구사로 팔꿈치수술을 받아 1년을 푹 쉬어야만 했다는 사실은 좋은 예다. 매트 모리스나 앨런 베네스(이상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모두 데뷔 첫해 10승급 투수로 발돋움한 후, 다음해 수술대에 올랐다.

◇ 서두를 것이 없다. 느긋하게

이런 형태의 부상은 대부분 '구단의 책임'이 크다. 유망 투수들의 이른 데뷔는 부상의 노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린 선수들에겐 눈앞의 1승보다 자신의 스타일을 꾸준히 지켜나가며 서서히 경험을 쌓게 하는것이 중요하다. 선수에게도 그런점을 강조해 주어야 한다. 선수는 항상 '잘하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만일 구단이 이런 '심리적 격려' 임무를 소홀히 한다면, 그 선수는 자칫 3류투수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있는 많은 중간계투 요원들중 상당수가 한때는 날리던 유망주였음을 상기해보자.

다음은 올시즌 무한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네소타 트윈스구단의'성공사례'다.

트윈스의 에릭 밀튼은 척 노블락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뉴욕 양키스에서 트윈스로 건너온 후, 2년동안 15승 25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팀은 그의 직구-커브-체인지업 컴비네이션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고, 결국 그 기대는 2000시즌부터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그는 작년 14승을 거두었고 2001시즌에는 15승을 기록했다. 지난 3년간 572이닝을 던졌지만 부상의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리그의 새로운 워크호스(workhorse)가 됐다.

같은팀의 조 메이는 구단의 기다림을 얻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1999시즌 싱글A에서 메이저리그로 '신데렐라 점프'를 한 메이는 이후 2년간 26번의 패전을 기록했다. 하지만 구단은 그를 기다려 주었다. 싱글A에서 직행한 그를 위해 구단은 투구수 및 이닝수를 철저히 관리했다. 그는 지난해 17승을 올리며 팀이 그토록 바라던 '제 2의 래드키급'으로 성장했다.

조용빈 - 메이저리그 자유기고가

기사출처 http://www.buntnh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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