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투자와 자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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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 화성회사와 미국「유니언」석유회사는 4천7백90만「달러」로써 석유화학「콤비나트」의 골격을 이루는「나프사」분해시설(「연산|에틸렌」6만「톤」규모)을 비롯한 VCM공장,「폴리에틸렌」공장을 건설하는 합작투자계약의 체결이 진행되고 있다고 들린다.
선진국의 대기업과 국내기업의 합작투자는 우리 나라의 고도의 공업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현 단계에서 원칙적으로 장려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대한경제원조의 주축이 무상원조로부터 차관으로, 전환되었고, 다시 근년에는 민간의 직접투자를 정책적으로 촉진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되고 있는 바와 같다. 국내 자본의 축적이 빈약한 우리로서는 그와 같은 원조형태의 전환을 고려에 넣지 않을 수 없다.
그뿐더러, 합작투자는 오늘날 일진월보 하는 비료·석유화학공업, 또는 철강·기계공업 등의 선진 된 우수한 기술을 실효 있게 도입할 수 있는 길이 된다. 공업화의 급속한 진전을 꾀하고 있는 우리 나라로서는 합작투자는「울산정유」나 이번의「한국화성」만이 아니고 각종 산업에서 앞으로 더욱 촉진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합작투자가 투자하는 노력이 대등한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적인 조건하에서 이루어지지 못하고 소유 및 경영형태 등에 있어 우리의 자주성을 침해받는, 이른바「불평등계약」이 된다면 이는 도저히 용허 될 수 없는 일이다.
이번의 석유화학공장의 건설계약의 경우를 보면「유니언」회사가 원료인「나프사」를 앞으로 15년 동안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회사운영의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지는 부사장 직을 점유한다는 것 등은 명확히 재고돼야 할 일이라고 하겠다. 이는「울산정유」의 건설계약에서 우리가 문제 삼고 해결치 못했던 유감스러운 전철을 또 다시 밟게 되는 셈이다.
한편 제품의 가격책정에 있어서도 종합제철공장의 경우와 같이 국제가격 수준에만 현혹되어 국내의 연관 산업의 육성이나 전반적이 물가수준을 도외시한다면 해외민간자본의 도입이나 합작투자가 국민 경제적 견지에서 조금은 유익한 결과를 가져올 수 없을 것이다.
선진국의 민간자본은 스스로의 투자의 안전성과 수익성을 도외시할 수 없다 할지라도 후진국의 성장산업에만 투자를 한정하거나 독점 가능한 산업만을 골라서 합병기업을 세우고자 하는 것은 와전 적 경제발전의 기본자세에 어긋나는 독선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는 특히 미국의 합작기업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무상원조나 차관으로써 건설된 국내 비료공장 등이 진실하게 경제성을 발휘하지 못했던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동시에 합작투자에 있어서는 경제성의 저하만이 아니고 자주성마저 잃고, 경영의 주도 성까지도 상실한다면 그 이익보다 손실이 오히려 늘어날 것임을 경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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