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숨겨둔 재산정보 유출 … 세계 각국 정·재계 거물들 초긴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전 세계 부자들의 대표적인 조세피난처인 카리브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최근 재산은닉자 수천 명의 신원이 담긴 수백만 건의 내부 기록이 유출됐다. 대통령부터 재벌 총수까지 정·재계를 망라하는 실력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인구 2만에 불과한 버진아일랜드에는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설립된 유령회사가 최소 12만 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 버진아일랜드에서 유출된 e메일 200만 건과 여러 문서들을 분석해 재산을 은닉한 부자들의 신원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이고르 슈발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의 아내, 필리핀 독재자였던 페르디난도 마르코스의 딸 이멜다 마르코스 , 스페인의 유명 예술품 수집가인 티센 보르네미자 등이 확인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친구이자 지난해 대선 캠프 공동재무담당자인 장 자크 오기에, 바야르적트 상가자브 몽골 부총리 등도 포함돼 있다. 한국 내 고위 각료나 재벌의 명단도 추가 공개 시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버진아일랜드에서 유출된 자료는 10년 이상의 금융거래 정보를 담고 있다. e메일은 물론 역외 회사 정보, 중개인 기록 등도 포함됐다.

 영국 시민단체인 조세정의 네트워크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부자들이 해외 조세피난처에 숨겨 놓은 금융자산은 32조 달러(약 3경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천문학적인 금액과 함께 이들의 주인이 밝혀진다면 각국에 후폭풍이 불 가능성이 크다. 가디언은 미국 워싱턴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와 함께 이번 주 내로 재산은닉 부자들의 신원을 공개할 예정이다.

정종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