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제철」의 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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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6일 정부는 국제차관단과 연산 1백만「톤」(조강) 규모의 종합제철 공장을 76년까지 2단계로 구분하여 건설한다는 협약서에 서명하였다. 1단계 건설공사는 70년 5월에 준공될 계획이라고 한다.
철강공업은 타산업과 연관도가 극히 높은 중간재 생산공업으로서 철강재의 소비지수는 그 나라 공업 및 경제발전의 지표가 될 만큼 산업 상 중요한 위치에 있다. 실제로 제철·제강업의 전방 및 후방 연관도는 각각 78%와 66%로서 다른 어느 공업보다 으뜸가는 것이다. 우리 나라 철강공업의 부가가치는 전 제조공업의 약3%에 지나지 않지만, 앞으로 그 육성의 필요성은 크다고 하겠다.
더욱이 우리 나라는 철강완제품과 반제품 강괴의 수입의존도가 66년에 있어 50·2%의 높은 비율이다. 또한 선철 생산능력은 소형 및 판재압연 능력의 15·7%밖에 되지 않으며 제강능력은 압연에 대해 61%에 불과하므로 연간 고철 및 강괴의 수입액은 3천만「달러」의 거액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국산 철광석은 국내 처리량이 극히 적고 대부분이 해외에 수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실정이므로 종합제철 공장의 건설계획에 대하여는, 그동안 「유솜」측의 반대도 있었다고 들리지만, 기본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번의 건설협약에 있어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그 하나는 차관의 건설단가가 턱없이 비싸다는 것이다. 일본시설의 「톤」당 2백 내지 2백50「달러」에 비해 1백여「달러」가 고가하다는 것은 그대로 인정될 수 없는 일이다. 우리의 종합제철공장이 비교적 작은 규모이고 냉열 간압연 등의 중간재시설이 포함되고 있다고 하지만, 철강 생산의 국제경쟁이 해를 거듭함에 따라 치열해지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우리는 생산품의 질적 경쟁과 국제시장 가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비싼 철강재를 원료로 한 금속제품이나 기계류의 생산 「코스트」는 고등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종합제철 공장의 건설단가의 고저는 국내 각종 공업제품의 원가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수출가격경쟁에 난관을 초래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여 우리의 건설단가는 국제수준보다 싸야 한다고 믿는다. 비싼 단가로 말미암아 국내 철강재수요자를 희생시키거나, 해외시장에 대한 「덤핑」으로써 공장경영을 유지한다면 그 국민 경제적 의의는 있을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차관단이 제출한 연6%, 3년 거치, 12년 상환이란 차관조건도 AID의 재정차관 등에 비하여 극히 불리하다고 하겠다. 우리는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건설비를 얻도록 계속 다각적인 교섭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앞으로 원료인 철광석의 확보문제를 비롯하여 저품위 광석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한 선광시설의 확대, 연료인 「코크스」의 무연탄 대체, 계열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 등 아울러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
정부는 차관단의 사업계획서들을 국제기술 용역단으로 하여금 검토케 한 후 최종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하므로, 위에서 지적된 문제점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를 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덮어놓고 종합제철 공장을 건설하는 것만이 경제개발의 길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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