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콥스」공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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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선거유세장의 청중 수는 어느 편에서나 꽤 신경을 쓴다. 그것을 바로 인기의 척도처럼 생각한다. 우선 청중 수를 계산하는 눈이 저마다인 것만 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주최자측에선 으레 「과장」되기가 일쑤고 경찰측에선 좀 적은 듯 하게 보아서 「공정」(?)같은 것을 의식적으로 보여주려고 하며, 신문기자는 그 어느 편도 아닌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신문기사엔 이런 표현까지 등장한다. 「1만7, 8천여 청중(역전광장 3천평 안동시 인구 6만3천, 안동군 인구 19만8천)」-. 또 언젠가는 야당의 광주유세를 보도하면서 「청중 5만(주최측 7만 주장 경찰 2만5천 추산)」이라는 것도 있었다.
과연 독자는 어느 숫자를 믿을지 자못 궁금하다.
작년12월 미국「버클리」대학에서 학생들의 맹휴사건이 벌어졌을 때, 「스프라울·홀」광장에 모인 학생들의 숫자를 미국 연방 경찰은 「7천내지 1만명」으로 추산했었다. 물론 미국의 「매스콤」들도 일제히 그렇게 보도했다. 누구나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한데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신문학을 강의하는 노교수 「허버트·A·야콥스」씨는 의문을 품었다. 그는 전경을 공중 촬영한 사진을 입수해서 확대경으로 청중 수를 일일이 헤어 보았다. 그 수는 뜻밖에도 2만8천4명이 아닌가. 노교수는 그후 「야콥스식 청중공식」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그 공식에 따르면 성인의 1인당 쭈그리고 앉는 면적은 최대가 9·5평방「피트」, 최소가 4평방「피트」이다.
그는 남녀에 따라 이 공식은 약간의 융통성을 갖는다고 단서를 붙이고 있다. 여자는 좀더 많은 면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물론 체구가 미국인보다는 작은 우리가 「야콥스 공식」을 그대로 인용할 수는 없다. 우리의 척도는 먼저 「공정」을 제일로 삼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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