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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후엔 증시 뛴다더니…'노무현 효과' N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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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역대 대통령 선거 이후에 어김없이 나타났던 이른바 '새 대통령 효과'가 실종됐다. 지난해 12월 19일 16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직후 증시에서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대했던 '노무현 효과'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젠 다음달 25일 대통령 취임식 이후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한양증권이 대통령 선거 후 한달간의 주가추이를 분석한 결과 13대 대선 이후 주가는 24%, 14대 대선 이후엔 4.94%가 올랐다. 외환위기가 닥쳤던 15대 대선 이후에도 주가는 18.5%나 뛰었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치러진 16대 대선 이후 주가는 10.26%나 내렸다. 선거 이후 28일까지의 낙폭은 15.32%로 더 벌어졌다.

***큰손들 불안감 해소 못해

한양증권 관계자는 "대선이 끝나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등에 따라 주가가 오르는 게 일반적인데 16대 대선 이후의 주가 움직임은 예외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대통령 임기 초년도의 증시 분석'이란 보고서에서 ▶새로운 권력 형성에 따른 국민적 통합과 통치력의 강화▶대선 당시의 선심성 경제공약에 근거한 정책 집행에 따른 경기상승 효과▶새로운 권력형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한 소비심리 개선 등의 이유로 대선 후 주가는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주가폭락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북핵문제와 미국.이라크 전쟁위기감 고조로 유가가 크게 오른 것이 주가 상승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이후 주가하락은 전세계적 현상이기 때문에 '노무현 효과'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주요 국가의 주가는 대만이 5.29% 올랐을 뿐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6.14%, 일본 닛케이지수는 4.5% 떨어졌다.

그러나 주가낙폭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독일(-17.07%)을 제외하곤 한국의 종합주가지수 내림폭(-15.32%)이 가장 컸다.

굿모닝신한증권 강보성 연구원은 "13~15대 대선은 경기하강이 가시화되기 직전이나 상승국면의 연장선, 또는 하락국면의 마무리 단계였다"며 "그러나 16대 대선을 전후해서는 경기가 본격적으로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었다는 점이 주가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다른 해석도 있다. A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인수위의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를 보고 큰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새정부가)재벌이나 가진 자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만연했다"고 말했다.

B증권 강남지역 지점장은 "지난해 12월 이후 주식시장에서 고객예탁금은 계속 줄고 있는데 반해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상품에 돈이 몰리는 것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탁금 줄고 MMF만 급증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면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제거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3월부터는 내수도 상당 부분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2분기 이후 주식시장이 어느 정도 탄력을 받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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