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자 성공적 … 10조원대 전후방산업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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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닛카쿠 아키히로 일본 도레이 사장은 경북 구미 탄소섬유 공장 준공식에서 “한국 내에서 연 10조원대 산업 연관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진 도레이]

“투자처를 결정할 때는 수요 기업의 입지와 전력·노무 등 인프라 비용, 지역 경쟁력을 분석한다. 항공기 제작업체가 있는 미국이나 유럽에 탄소섬유 공장이 입지한 게 이런 이유다. 그런 면에서 한국에 탄소섬유 생산라인을 투자한 것은 아주 성공적이다. 건설 스케줄도, 품질도 만족스럽다.”

 닛카쿠 아키히로(日覺昭廣·64) 일본 도레이 사장은 3일 경북 구미시에 있는 도레이첨단소재 탄소섬유 공장 1호기 준공식 및 2호기 기공식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구미공장이 안정적인 판매처와 전력 인프라, 기술 인재 등 3박자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도레이 구미공장은 일본과 미국·프랑스에 이은 도레이그룹의 네 번째 탄소섬유 생산시설이다. 한 해 2200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곧바로 2호기(2500t) 증설에 들어가 공장이 완공되는 내년 3월부터 이 회사는 한 해 4700t의 고성능 탄소섬유를 공급하게 된다. 도레이그룹 전체 생산량의 17%를 차지한다. 닛카쿠 사장은 “구미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한국 수요를 충당하면서 미국 등 해외로 수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레이의 투자로 한국에 탄소섬유와 연관된 10조원대 전후방산업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탄소섬유는 레이온·아크릴 등을 가열해 탄소 함유율이 90% 이상인 섬유를 가리킨다. 강철과 비교해 무게는 4분의 1 수준이지만 강도는 10배, 탄성률은 7배에 달해 항공기·자동차·선박·풍력발전 등의 경량화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엔 스포츠·레저용 소재로도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시장 규모가 4만여t이었으나 연평균 16%가량 성장하고 있어 2020년께는 14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이 커지면서 효성과 태광산업·GS칼텍스 등 국내 기업이 진출한 상태다. 닛카쿠 사장은 “도레이는 이미 40년 전에 개발에 성공한 제품”이라며 “항공기 1차 구조재로는 도레이 제품만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현재 도레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최근 엔저현상에 대해서는 “달러당 90~105엔이 일본 경제의 체력인데 그동안 과대 평가된 측면이 있었다”며 “따라서 엔저가 아니라 ‘엔고의 수정’”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도레이는 제품의 70~80%를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어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닛카쿠 사장은 “한국이나 일본 기업 모두 기술 개발에 주력해 고부가제품을 만드는 것이 환율 영향에서 벗어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닛카쿠 사장은 기업의 ‘진화’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도레이는 1926년 ‘동경레이온’이라는 이름으로 창업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초기에는 레이온 제조업체였으나 현재는 고기능 섬유와 필름·인공장기·수처리 시스템 등으로 생산제품이 다각화돼 있다. 전 세계에 4만여 명이 근무하면서 지난해 1조5890억 엔(약 19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닛카쿠 사장은 “기존 산업이 정점을 찍기 전에 새로운 산업을 일으켰다”며 “과거에는 ‘섬유의 도레이’로 불렸다면 지금은 ‘첨단 재료의 도레이’로 불리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구미=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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