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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무 청문회 다시 볼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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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가영
사회부문 기자

위장전입 논란도, 재산 관련 의혹도, 병역 시비도 없었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실시된 이후 대부분의 후보자가 피해 가지 못했던 ‘신상털기’ 역시 거론되지 않았다. 2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3무(無) 청문회’로 불린 이유다. 단골 메뉴가 빠진 자리는 여야 의원들의 칭찬과 덕담이 대신했다.

 민주통합당 박범계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보좌진에게 ‘채 후보자의 뒤를 철저히 파보라’고 그랬다. 나중에 보고를 받으니 ‘파면 팔수록 미담만 나온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 보좌진이 판 건 2003년 채 후보자가 서울지검 특수2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수사한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박 의원은 “채 후보자와 삼성 간에 커넥션이 있었는지 조사했지만 나오는 게 없었다”며 “오히려 오랫동안 묵혀온 사건을 기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장애가 있는 큰딸을 수년 전 먼저 보낸 채 후보자가 오래전부터 장학금 기부를 해온 사실도 드러났다고 한다. 신상에 관련된 질문이 줄자 청문회는 정책 질의 위주로 진행됐다.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질의응답도 심도 있게 이뤄졌다. 특정업무경비 유용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수십여 가지 의혹을 추궁하느라 정작 헌법재판소 업무 관련 문답이 없었던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 다른 법조계 인사 청문회와는 확연히 비교가 됐다.

 이런 청문회가 가능했던 건 채 후보자 스스로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흔한 다운계약서 한 번 쓰지 않았고, 장교로 병역을 마쳤다. 스폰서 논란도 없었다. 살아온 이력에 부끄러움이 없기에 당당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청문회 준비단의 사전 준비도 한몫했다. 준비단은 국회의원들의 요구 자료를 최대한 시간에 맞춰 제출했고, 사실이 아닌 내용을 물어보면 객관적 자료를 제시해 의혹을 해소시켰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 결과는 적잖은 국민이 박근혜 정부의 인사에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음을 수치로 보여준다. 청문회 자리에 앉기도 전에 낙마한 장·차관급 후보자가 여럿이다. 특히 그들이 각종 의혹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바라봐야만 하는 국민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업무 능력이나 정책 비전을 파악하기보다는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가졌는지, 탈세했는지를 따지는 걸 지켜보느라 지쳐 버렸다. 채 후보자에 대한 ‘3무(無)’ 청문회를 다시 보고 싶은 건 우리 현실에선 너무 큰 욕심일까.

이가영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