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런닝맨’ 신하균 데뷔 15년 만의 액션연기 달리고 구르고 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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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런닝맨’에서 쉬지 않고 달리는 차종우 역을 맡은 배우 신하균. 촬영 도중 갈비뼈를 다치기도 했다는 그는 “워낙 걷는 걸 좋아해 달리는 연기는 좋았는데, 와이어 액션 촬영은 힘들었다”고 했다. [박종근 기자]

온몸으로 달리고 구른다. 넘어져도 일어나고 부딪쳐도 다시 뛴다. 억울하게 살인 용의자로 몰린 남자가 달리고 뛰며 진실을 찾아가는 영화 ‘런닝맨’(조동오 감독, 4일 개봉)의 골격이다.

 그런데 체격 좋고 잘 싸울 법한 배우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날카롭고 예민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던 배우 신하균(39)이 차종우 역을 맡았다. 데뷔 15년 만에 처음 도전하는 본격 액션영화다.

 신하균은 종로 뒷골목·상암동 월드컵경기장·동작대교 등 서울 도심 곳곳을 달리고 또 달린다. 어색한 설정이 군데군데 있지만, 죽어라 달리고 부딪치는 그의 ‘도망기’는 시원한 쾌감마저 준다.

 지난해 여름부터 겨울까지 서울을 누빈 신하균을 지난달 26일 만났다. 그는 “영화를 다시 찍으라면 못 할 것 같다”라며 웃음부터 지었다.

 -액션영화는 처음이다. 사실 기대가 크지 않았다.

 “더 나이 들기 전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했다. 대역 없이 80~90%를 직접 소화했다. 촬영 50일 전부터 고강도 체력훈련을 매일 2시간씩 했다. 촬영 중에는 그 좋아하는 술도 못 마셨다. 매일 달려야 했으니까.”(웃음)

 -당연히 쉽지 않았겠다.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4~5층 높이의 커피숍 옥상에서 옆 건물로 뛰어내리는 장면 촬영은 진짜 무서웠다. 배우들이 연기에 몰입하면 좀 ‘미치는’ 게 있는데 그래서 찍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억지스런 부분도 있었다. 액션으로 덮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시원한 액션’을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서울 도심에서 촬영해서 다들 고생을 많이 했다.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 모두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어서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촬영 협조를 구하는 데 애를 많이 먹었다. 종로에서 찍을 때는 비가 와서 못 찍은 날이 많아 힘들었고, 동작대교에서는 지나가던 차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다.”(웃음)

 영화에는 종우와 그의 아들 기혁(이민호) 사이의 갈등과 화해도 녹아있다. 20세기폭스에서 이 영화의 메인 투자자로 나선 이유로 꼽은 게 바로 이 ‘부성애 코드’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한국영화에 메인 투자자로 나선 건 ‘런닝맨’이 처음이다.

 -미혼인데 아버지 역할이다.

 “부담스러웠다. 아이는커녕 결혼도 안 한 내가 과연 아버지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아기 아빠도 아니고 18살 차이밖에 안 나는 고등학생 아버지라니 더 당황이 됐다. 그러다 나와 내 아버지 관계를 돌이켜 보게 됐고, 그걸 바탕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어떻길래.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다. 남들과 비슷할 거다. 대부분 한국 아버지들은 힘들게 일하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지만, 아들과는 살갑게 지내지 못한다. 서로 좋아하더라도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고, 좁혀지지 않는 게 있다. 그런 한국적 정서를 표현하려고 했다.”

 -‘지구를 지켜라’(2003) ‘복수는 나의 것’ (2002)등 주로 B급 정서 작품에서 돋보였다.

 “B급 정서의 영화를 부러 찾았다기보다 새로움을 추구해왔다는 편이 맞다. 일을 할 때는 완벽을 추구하지만, 일하지 않을 때는 정말 되는대로 산다. 계획도 따로 세우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도 늘 나 자신과 관객에게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할 거란 말씀은 드릴 수 있다.”

글=임주리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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