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하군, 류 배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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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별명처럼 ‘몬스터(괴물)’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데뷔전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류현진(26·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했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홈경기에서 6과 3분의 1이닝 동안 10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3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첫 등판에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3자책 이하)를 했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다. 희망과 걱정을 함께 던졌다.

‘몬스터’ 류현진이 3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백종춘 LA 중앙일보 기자]

 ◆류현진다웠다=1회 초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2루에 몰렸다. 강심장 류현진은 침착하게 맞혀 잡는 피칭을 했다. 파블로 산도발을 플라이, 버스터 포지를 병살타로 잡았다. 2회에도 무사 1·2루를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를 병살타와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류현진은 공격적으로 던졌다. 안타를 맞더라도 도망가지 않고 스트라이크를 넣으려 했다. 4회에는 세 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해 첫 실점을 했다. 그래도 정면승부를 이어갔다. 덕분에 볼넷이나 몸 맞는 공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병살타를 3개나 유도해 위기관리 능력도 보여줬다.

 류현진은 6회 샌프란시스코의 중심타선 산도발(2루 땅볼)-포지(삼진)-헌터 펜스(삼진)를 삼자범퇴로 막았다. 이날 피칭의 백미였다. 그러나 수비 실책으로 기세가 꺾였다. 7회 선두타자 호아킨 아리아스를 땅볼로 유도했지만 유격수 저스틴 셀러스가 송구 실책을 저질렀다. 류현진은 결국 7회 1사 2·3루에서 교체됐고, 책임 주자들이 모두 득점하면서 실점이 3점으로 늘었다. 다저스 타선은 상대 선발 매디슨 범가너에게 철저히 눌려 8회까지 안타 2개만을 쳤다. 경기는 0-3으로 끝났다. 류현진은 최고 시속 148㎞의 직구로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공략했다. 80개 중 50개가 빠른 공이었다. 체인지업(24개)도 섞어 땅볼 타구를 유도했다.

 ◆메이저리거다웠다=메이저리그 타자들은 역시 강했다. 공이 조금만 높거나 가운데로 몰리면 여지없이 때려냈다. 한국에서는 류현진의 파워를 당해낼 타자가 거의 없었지만 빅리그 타자들은 만만한 상대가 없었다.

 샌프란스시코 타자들은 류현진의 제구력을 의식해 큰 스윙을 하지 않았다. 장타는 없었지만 직구 또는 체인지업을 노려 안타 10개를 쳐냈다. 단조로운 승부에선 투수가 질 확률이 높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류현진에게 세 번째 구종이 필요하다고 조언해 왔다. 류현진은 시범경기에서 커브를 꽤 던졌지만 이날은 8개(투구수의 10%)밖에 구사하지 못했다.

김식 기자

양팀 감독의 말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류현진은 스프링캠프 때보다 오늘 공이 좋지 않았다. 안타를 많이 맞았지만 스피드를 조절하고 땅볼을 유도할 줄 알았다. 류현진이 허용한 10안타는 걱정할 게 없다. 그에게 ‘데뷔전에서 잘 던졌다’고 격려했다. ”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류현진은 첫 등판인데도 잘 던졌다. 그가 왼손 투수이기 때문에 오른손 타자들을 집중 배치한 것이 승리의 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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