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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페인 무용 주리 여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 가지 길에 시간과 정열을 기울여 일가를 이루었거나 오랜 침묵 끝에 새로운 발표를 앞둔 여인들의 새봄 이야기를 찾아본다. 그들은 어떻게 노력했고 앞날을 설계하는 것인가. 이름하여 여인의 계단
『한국에도 이렇게 「카스타넷」을 멋지게 치는 여인이 있었군요. 왜 본고장에 가서 공부하지 않아요?』 주한 「스레인」명예영사 부인의 감탄은 이내 한 무용가를 유학의 길에 올려놨다.
『하루라도 늙기 전에 「본고장」에 가서 「이스파냐」의 전통적인 춤을 익히고 싶어요.』-. 화려한 의상, 매혹적인「카스타넷」으로 「스페인」의 정열을 이 땅의 무대에 심은지 20여년. 주리 여사(39)는 그곳 외무성과 국립청년회 장학금으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마드리드」의 유명한 「안토니오·스페인 무용학교」에서 2년간 배우게 됐다. 『일생의 꿈이 이루어진 셈이죠.』
그 동안 개인발표회만 4회, 국립무용단과는 8회의 공연을 가졌고 송범씨와 연구소를 하면서 5, 6백명의 제자도 배출시켰다. 그러나 여사는 「진짜를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이런기회」를 늘 꿈꿔왔다. 더욱이 스승이 될 「안토니오」의 「파트너」가 「한 번 만이라도」되고 싶었다고.
『수많은 제자들 앞에서 「좀더 새로운 그리고 바른 춤」을 내가 익혀서 가르칠 수 없을까 하고 무척 초조해 질 때도 있었죠. 』사실 우리 나라엔 아직 「스페인」무용을 본고장에서 익힌 사람이 없었다.
세계적 대가 밑에서 배우고 싶은 욕망- 「스페인」으로의 꿈은 여사가 동경의 무용 연구소에 발을 들여 놨을 때 부터였다.
『무용 교육은 허영 많은 엄마들의 취미가 될 수는 없어요. 화려한 조명 아래서 보는 무용가는 그렇게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끼니때를 잊어버릴 정도의 열의는 여사 자신의 나이도 잊게 만들었고 지금은 한국에 없지만 여사가 가장 동경했던 한 무용가의 「모든 것」을 「스크랩」해 두면서 무대 위에서 살기를 다짐해 두었다고 한다.
31일 여사는 정들었던 국립극장 무대에서 조별 공연을 갖는다.
20년간의 단골 「파트너」 송범씨를 비롯, 한영숙·박금슬·양선영·김진걸씨 등이 찬조출연하고 주 여사의 열렬한 「팬」이었던 아세아 재단 부대표인 「보브」씨도 「프로그램」에 없는 특별출연을 한다.
「불의 마음」 「아모르」 「말라케니아」- 그가 즐겨 추던 작품들로 고별 선물을 삼고 돌아올 땐 그곳의 「전통」을 우리에게 맞게 만든 「새로운 춤」을 보여주겠다는 주 여사는 「2년간에 대한 기대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처음 1년은 「마드리드」에서 「욕심껏」공부하고 다음 「파리」로 가서 구라파의 「클래식·발레」를 연구하겠다고 했다.
『은퇴요? 글쎄요. 앞으로 10년간은 무대에서 뛸 수 있겠죠. 저는 그 기간을 최대한으로 늘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늙어서 몸을 가눌 수 없으면 의자에 앉아서라도 제자들을 가르치겠어요.』17살 소녀의 꿈이 한번도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은 채 하루에도 3, 4 시간 쉬지 않고 「무용의 길」을 밟아온 여사는 「무용을 아껴주는 관중」이 아쉽다고 현실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2년 후면 구라파의 가장 좋은 「발레」단과 함께 귀국하여 「무용에의 무관심」을 송두리째 쓸어 버리겠다고 커다란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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