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목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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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교육대학을 나온 교사의 초봉 8천3백원. 10년을 근속해야 1만6천원이 된다. 1년에 8백원씩 승급하는 셈. 서울시의 경우, 국민학교 교사 7천5백명 중 1년에 평균 4백여명이 사직, 또는 전직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지된 방법으로 생계비를 마련하지 않는 한 최저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남을 가르치려면 최소한의 「인간다운」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책도 사서 읽고, 생각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먹고 살 걱정이 머리에 가득 차 있거나, 변칙적인 방법으로 돈 벌 궁리만 하는 교사가 무엇을 가르치겠는가? 율곡은 『훈장이 학생에게서 빼앗아 먹을 궁리만 하니, 교육이 될 수가 없다. 이러고도 인재가 나기를 바라는 건 마치 나무 위에 올라가 고기를 잡으려는 거나 다름없다.』고 개탄했다.
28일 전국의 교육자 대표 1천여명은 서울교육 회관에 모여 교원봉급의 재조정, 현직 교원의 대학과정 설치, 의무교육 연한을 9년으로 하고 완전 교육 자치제를 실시할 것 등 8개항의 결의문을 채택, 문교부에 건의했다. 대한교련의 건의가 어떻게 처리될 지 두고 봐야 알겠지만, 「쇠귀에 경 읽기」가 아닐지.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은 「피·아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비가 미덕인 단계를 실현한다.』느니 『균형있는 경제발전을 실현한다.』느니 화려한 간판을 내걸고 있다.
소비가 미덕인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경제발전이란 것이 균형있게 이루어지는 건지 잘 알수 없는데, 이런 허울 좋은 공약보다 『학급 정원을 엄수하고 2부제 수업을 폐지시키겠다.』『교사가 인간다운 생활을 하도록 보장하겠다.』는 공약이 훨씬 절실하게 「어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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