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 주워 빵 사려던 어린이 「불도저」에 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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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6일 상오 10시 30분쯤 서울 중화 국민학교 1년 김태복(9)군이 고철을 주워 빵을 사 먹으려고 집 앞 상봉동 도로확장 공사장에 나갔다가 작업 중인 서울 시영 「불도저」(운전사 김찬필·31)의 바퀴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이날 태복군은「불도저」가 지나간 자리에 흩어져 나오는 고철과 휴지를 줍는 30여명의 마을 어른들과 어린이들 틈에 끼어 있었다.
태복군은 막「불도저」가 땅을 깔고 나간 흙더미 속에 주먹막한 쇳덩이를 발견, 달려가 손에 잡았다.
이때 「불도저」가 갑자기 뒤로 물러나면서 먼저 태복군의 손을 바퀴로 깔고 이어 발버둥치는 태복군의 머리마저 삼켜 목숨을 앗았다. 하루 전인 25일 밤 태복군은 백점 맞은 시험지를 아버지 김씨 앞에 내 놓고 큰 절을 하며 빵 한 개를 사 달라고 간청했으나 돈 10원이없어 빵을 사 주지 못하고 굶긴 채 잠재웠다고 아버지 김씨는 애통해 했다.
이날 아침마저 굶은 태복군은 『배 고프다』고 어머니에게 보채다가 집을 나갔다는 것인데 아버지 김씨는 하루 백원벌이 노동을 하느라 끼니를 거를 때가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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