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만의 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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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월남 3일째 되는 북괴중앙통신사 부사장 이수근 씨는 25일 상오 11시반 중앙정보부에서 그의 친누이 이길성 씨의 남편 김영섭(72·전능동 199의36) 씨를 만나 남한에 단하나 있을 줄 알았던 누이 길성 씨가 17년 전에 결핵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러나 이수근 씨는 한 살 때 만났던 누이의 친아들 김세준(21)군을 처음으로 만나 남한에서는 오직 제일 가까운 혈육을 찾은 기쁨을 안았다.
매부 김영섭씨는 19년 전 평양 서성리에서 결혼, 이수근 씨를 만난 후 월남했는데 그때 이수근 씨는 기자공부를 한다고 해주로 떠나면서 하룻밤을 같이 지냈다고 옛날을 회상했다.
가장 가까운 혈육인 누이의 친아들 김세준군을 만난 이씨는 『한살 때 만났던 어린것이 이렇게 컸느냐』고 놀라며 세준 군의 얼굴이 누이를 꼭 닮아 죽은 누이를 만난 듯이 반갑다고 눈물을 흘렸다.
또한 이날 이씨의 팔촌형 이보근(60) 씨와 팔촌 누이 이신성(52) 씨, 팔촌 매부 조광국(57) 씨도 함께 만나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이날 이수근 씨는 까만 양복에 깨끗이 이발을 하고 친척들 앞에 나타났다. 30여명의 「카메라·맨」들이 「앵글」을 잡으면서 『이쪽을 보아달라』고 소리치자 판문점에서 만났던 낯익은 기자의 얼굴들을 보고는『아, 판문점에서 찍던 기술을 발휘 좀 하라』고 농담도 걸었다. 또한 이씨는 30여명의 기자들이 한꺼번에 주위를 둘러싸는 것을 보고『이북에서는 이렇게 자유로이 취재하면 당성이 나쁘다고 당장 숙청 당할 텐데』하며 빙그레 웃었다. 또 이씨는『이곳에는 여성기자가 없느냐』고 찾으면서 여자조명기사와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친척과의 상봉을 마친 이수근 씨는 하오 1시 중앙정보부를 떠나 이화여대와 부속 중·고등학교를 방문, 자유의 땅에서 자유로이 공부하는 학생들의 명랑한 모습을 보고 『평화로운 마음이 깃들인다』고 미소지었다.
우래옥에서 점심을 맛있게 든 이씨는 이날 토요일의 하오를 즐기는 시민들의 활기 띤 표정을 신기한 듯 구경하면서 명동을 비롯, 비원 등 고궁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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