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려지는 월남의 17도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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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괌」도 전략 회담을 계기로 월남 전국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 17도선 비무장 지대가 사라져 갈 것만 같은 느낌이 짙다.
『전선 없는 「베트남」전쟁』에서 「17도선」일대는 그래도 일종의 「성지」였는데 이선을 사이에 두고 22일 미군과 월맹군이 치열한 포격전을 전개하고 또한 C지구 전투 (2월 22일)에서 월맹 정규군의 지휘관이 직접 전선을 맡고 있는 물적 증거가 드러남으로써 이제 17도선은 아주 가냘픈 장벽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즉 월맹이 이선을 넘어 속속 병원·군수품을 남하시키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인된 사실이며 또한 미·월 양군의 폭탄과 포탄이 이 17도선 상공을 넘어 월맹에 퍼부어진지도 이미 오래전 부터의 일이다. 다만 17도선 존재의 의의를 애써 찾는다면 미군도 해·공에서는 이선을 무시했지만 지상군만은 아직도 이 장벽을 의식하고 넘지 않고 있다는 것뿐이다. 물론 미·월 지상군의 월경이란 월남전의 양상을 일변시키게 될 중대한 정치적 결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비록 17도선이 가냘픈 존재이기는 하지만 쉽사리 무너질 것 같지 않다. 그러나 현재 17도선 비무장 지대에서 치열히 전개되고 있는 미 해병대와 월맹군간의 전투가 한층 확대되고, 22일과 같은 17도선에서의 남북 포격전이 격화되면 이 가냘픈 한계선은 저절로 소멸될지도 모른다.
이 문제의 열쇠는 월맹이 월남전을 얼마만큼 감당할 수 있으며, 그리고 앞으로 17도선을 거쳐 얼마나 전쟁 수단을 월남 내에 투입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최근 미군이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사태 전망은 경계를 요한다는 것. 즉 지난 2월 22일 미 해병대에 의해 수행된 월남전이래 최대 작전인 「정크션·시티」작전 (타이·닌성 C지구에서 개시)에서 월남 안의 「베트콩」들을 직접 지휘하고 있는 월맹군 장성들의 사진을 입수, 월맹군이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월남전에 참전하고 있다는 물적 증거를 잡았다.
「타이·닌」성은 「베트콩」의 사령부가 있는 곳인 데 미 해병대는 이곳을 공격하여 많은 기밀문서와 함께 월맹군 지휘관인 「구엔·치·탄」과 「트란·도」 및 「트란·반·트라」등 세 장성의 사진을 입수한 것이다. 기밀 문서 중에는 「베트콩」의 통수 계보가 있었는 데 그것을 보면 이들 세 군 지휘관은 「대월남 중앙사무국」의 지령을 받아 월맹 육군 및 「게릴라」를 동원, 월남의 무력 지배를 꾀하는 「해방 육군 본부」소속이다.
괴수인 「구엔·치·탄」은 월맹군 육군 대장으로 「월남해방육군」총사령관이며 월남에 있는 「베트콩」을 총지휘하고 있다. 그 밑에 부사령관으로 「트란·반·트라」(소장)와 「트란·도」(준장)가 있다. 이들은 모두가 월맹 노동당원이다.
미군사령부는 「쿠안치」성에서 「쾅가이」성 일대의 5성을 포함하는 제 1군단 관구안에 5개 사단의 월맹 정규군과 약 7만의 「베트콩」(월남민족해방전선 소속)부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무장 지대 남쪽에 집결해 있는 적의 군대가 이들 주력부대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외신에 의하면 최근 갑자기 17도선 비무장 지대 남쪽에서 미 해병대와 공산군 사이에 치열한 싸움이 빈번해졌고 미국 상원은 1백 22억 달러의 추가 월남전비를 통과시켰다.
이러한 전후 사정을 볼 때 구정이래 「괌」도 전략 회담까지의 월남전은 「전선없는 베트남 전쟁」에서 제 1라운드를 끝내고 어쩌면 「17도선 비무장 지대」에서 새로운 양상의 제 2회전이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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