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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의 미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최근「뉴스위크」지(3월13일자)는「커버·맨」으로「헨리·R·루스」씨를 등장시켰다. 향년 68세인 백발이 성성한 노인의 굳은 신념이 엿보이는 사진.「타임」·「라이프」·「포륜」·「스포츠」등 그 발행 부수가 세계적으로 무려 1천4백33만1천수백부에 달하는 세계의 잡지왕. 「뉴스위크」지는 지난달 28일 별세한 바로 그「루스」씨를 추념하는 특집을 내놓았다. 장장 6「페이지」에 달하는, 그것도「케네디」의 선거기사와 맞먹는 분량으로「루스」의 생애를 다룬 것이다.
「타임」지의 고정논객인「이미트·존·허즈」의「칼럼」까지 등장시키며 고인의 생애를 소개했다. 그러나 정작 우리독자의 눈을 끄는 것은「커버」의 모양이다. 「NEWS WEEK」라는 제호가 짓눌린 위에「타임」지의 표제가 있는「커버」와 함께 그 속에 담긴「루스」씨의 사진을 대담하게 소개한 것이다.「뉴스위크」는 당초에 예정했던「오리지널·커버」는 슬쩍 그 뒤로 접어 넣었다.
두 개의「커버」를 갖기는 했지만 자신의 것은 안으로 여며 넣는 여유와 관용과 편집자의 깨끗한 용기를 보여준 것이다.
「뉴스위크」자신의 말마따나「타임」은 「뉴스위크」의『둘도 없는 경쟁지』임은 물론이다. 창간 년수가 10년이 뒤지는「뉴스위크」(1933)이긴 하지만 30여년을 꼬박「숙적」처럼 다투어오는 경쟁지끼리 이처럼 어느 순간에는「페어·플레이」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기사속에도 어느 한구석 티가 보이지 않는다. 극명하게 그리고 신사답게「루스」를 얘기하고 있다. 「타임」지가 즐겨 사용하는「고전」어 들에 대한 찬사마저 늘어놓았다.
새삼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정계에서, 사회에서, 아니 바로 우리의 옆에서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경쟁」이라는 명분의「더티·플레이」들. 뒤통수에 총부리를 대는 식의 끔찍한, 그러나 유일무이한 경쟁이라는 그 수법들 말이다. 미덕 속에서 발견되는 경쟁의 미학은 우리에게도 있을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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