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막 … 두산·LG·롯데 2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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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가 주말 2연전을 시작으로 7개월간의 2013 정규시즌에 들어갔다. SK-LG 경기가 열린 3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SK 팬들이 치어리더의 율동에 맞춰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SK는 30, 31일 LG에 연패했다. [인천=정시종 기자]

김병현(34·넥센)이 31일 광주에서 열린 ‘광주일고 매치’에서 서재응(36·KIA)을 이겼다. 역시 광주일고 출신 염경엽(45) 넥센 감독은 고교 선배 선동열(50) KIA 감독을 상대로 감독 데뷔 첫 승을 거뒀다.

 광주일고의 날이었다. 나란히 5번 타자를 맡은 최희섭(34·KIA)과 강정호(26·넥센) 역시 광주일고 출신이다. 야구장을 찾은 KIA팬 박성훈(36)씨는 “양 팀 모두에 광주일고를 졸업한 선수가 많아 어느 팀을 응원해야 할지 고민된다”고 했다.

 경기에 앞서 서재응이 넥센 더그아웃을 향해 힘껏 외쳤다. “어이, BK(김병현)! 잘 지냈어?” 선배의 인사를 받은 김병현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표정은 부드러웠지만 마음은 단단했다. 김병현은 “잘해야 한다. 학교 선후배가 맞붙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광주일고는 수많은 스타를 배출한 야구 명문이지만 특히 1995년 멤버는 드림팀이라 부를 만했다. 그해 6월 열린 청룡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 선발은 2학년 김병현이었고,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3학년 서재응은 3루수로 나섰다가 6회부터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1학년 최희섭은 이미 괴물 타자였다. ‘광주일고 매치’를 앞두고 최희섭은 “18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것 같다. 이런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것이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김병현(左), 서재응(右)

 세 명의 야구 천재는 차례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서재응이 97년 말, 김병현은 99년 3월 태평양을 건넜다. 최희섭은 99년 4월 미국으로 떠났다. 서로 다른 팀에서 뛰었고 이적도 잦았지만 가끔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2006년 5월 23일 LA 다저스 서재응이 7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콜로라도 선발 김병현(6이닝 3실점)을 이겼다.

 당시 미국 기자실에는 작은 해프닝이 벌어졌다. 경기 정보에 표시된 이들의 출생지와 출신 고교가 모두 같았기 때문이다. 미국 기자들은 “셋의 출신 학교가 똑같다. 잘못된 정보 아닌가”라고 묻곤 했다. 한국 취재진이 “95년엔 이들이 한 팀에서 뛰었다”고 답하면 미국 기자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미국에서 야구 명문고도 메이저리거 두 명을 배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한국 고교 동창생 세 명이 지금 미국에서 뛰고 있단 말인가”라며 “그곳(광주일고)은 세계 최고의 야구 명문 고교일 것”이라고 감탄했다.

 서재응과 김병현의 맞대결은 광주에서 7년 만에 재현됐다. 서재응은 “미국에선 내가 이겼지만 한국 무대는 다르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염 감독은 “스카우트 업무로 미국에 가서 고교 후배들에게 밥을 자주 사줬다. 오늘은 병현이만 응원할 것”이라며 웃었다.

 결과는 김병현의 승리였다. 김병현은 5와3분의2이닝 동안 4피안타·4볼넷·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서재응은 5와3분의1이닝 동안 박병호에게 솔로홈런을 맞는 등 6피안타 6실점(5자책)으로 부진, 패전을 기록했다. 염 감독은 광주일고 후배의 호투 덕분에 감독으로서 첫 승리(6-4)를 거뒀다.

 인천에서는 LG가 선발 우규민과 유원상·정현욱·봉중근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의 호투로 SK에 4-1로 승리, 개막 후 2연승을 달렸다. 홍성흔이 3타점을 올린 두산은 대구에서 삼성을 7-3으로 눌러 2연승을 기록했다. 롯데는 부산 한화전에서 9회 말 손아섭의 안타로 전날에 이어 끝내기 승리(6-5)를 거뒀다.

광주=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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