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부지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 상권을 둘러싸고 유통업계 맞수인 롯데그룹의 ‘잠실 타운’과 신세계의 ‘반포 타운’ 간 경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31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최대주주인 에스이비티 측과 경부선 부지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인수 가격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지만 이르면 이번 주 중 협상이 마무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에스이비티는 금호산업이 갖고 있던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지분 38.7%를 지난해 8월 2000억원에 사들인 IBK투자증권 컨소시엄이 세운 회사다. 양측은 현재 경부선 부지 인수가격을 놓고 2000억원대 안팎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에 앞서 신세계는 지난해 10월 강남고속터미널 내 호남선 부지를 갖고 있는 센트럴시티의 지분 60%를 1조250억원에 인수했다. 신세계는 이번에 경부선 부지까지 사들일 경우 서울 잠실의 롯데 타운에 버금가는 신세계 타운을 반포 일대에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부선의 시설과 상가를 재개발해 호남선 부지 바로 옆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결합하면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가 신세계 타운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대한 한진(16.7%), 천일고속(16.7%) 등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과거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인수에 관심이 높았던 롯데가 신세계의 인수를 가만히 지켜볼지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과거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인수에 관심을 가졌지만 현재 에스이비티 측과 인수를 위한 별도의 접촉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와 신세계는 지난해 9월 인천 최대 상권으로 꼽히는 인천터미널 부지를 놓고 인수 경쟁을 펼친 바 있다. 인천터미널에는 인천시와 2017년까지 20년간 장기 임대계약을 맺은 신세계가 백화점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롯데는 지난해 말 인천시와 투자약정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초 8700여억원에 부지 매매계약을 맺었다.
장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