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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오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7월 17일 저녁, 중공공군과 북조선 전폭대 편대가 한국을 공격하고, 북조선 지상군이 38도선을 넘었다. 7월 21일, 일본 자위대에 방위 출동 대기가 하명되었다.』 3년 전 일본에서 「삼시연구」라는 괴상한 「가설 전쟁」얘기가 터져 나왔던 일을 생각하면 우리에게 3.1절을 맞은 오늘, 여러 가지의 착잡한 감회를 준다. 일본의 군대는 전후 헌법에 의해 엄연히 「자위」로 되어 있으며, 그 명칭마저 그렇다. 그러나 양의 얼굴 뒤에 있는 또 다른 얼굴이 연상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최근의 일본 연감에 의하면 일본의 「자위력」은 「수세적」이라기 보다는 공세적이다. 육상 자위대는 병력 13개 사단, 「탱크」가 9백여대이며, 항공 자위대의 규모를 보아도 우선 「제트」 전투기가 6백30여대, 그밖에 「방위」의 용도로 쓰일 비행기가 5백여대를 헤아린다. 「해상」도 역시 호위함·잠수함 등 2백10여척. 근착 「타임」지는 일본의 자위대 행렬사진을 소개하며 『「도꾜」에서 벌어진 붉은 공장의 한 조각』이라는 설명까지 달고 있을 정도이다. 「삼시연구」의 중요한 골자는 정치·경제·국민생활을 군사체제로 집중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 국내에선 『악몽 같은 과거를 환기시키는 쓰디쓴 가상』이라고 비판이 물끓듯했다. 그렇다고 「연구」의 잠재적인 동기가 무산 된 것은 아닐 것이다.
사실 일본은 1950년(한국 동란 당시)이래 10%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며 번영과 태평을 구가하고 있다. 「인력」소동이 일어날 지경으로 기업들은 호경기의 「허니문」을 즐긴다. 국부의 「랭킹」으로 따지자면 미국·소련·서독·영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5번째의 「인더스트리얼·파워」를 갖고 있다.
새삼 일본의 힘을 의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럴수록 3.1절의 의미는 부각되며, 「민족자주성」을 생각하게 된다. 『죄하려 아니 하노라.』,『책하려 아니 하노라.』의 미적지근한 정신보다는, 냉수를 끼엊는 「정신」이 필요하다. 3월이 오면 우리에게 있었던 그 민족적 「에너지」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3.1절」이라고 불꽃이나 올리고 있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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