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청룡부대 용사가 산파역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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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기 울음은 포격도 쫓아 버렸다. 지겹던 파열음도 멎고 빗발도 멈추었다. 초췌한 산모는 산고도 잊은 채 강보에 싸인 핏덩이를 감싸안고 집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여기는 우리 해병 「청룡」이 진을 친 「출라이」지역―. 비를 무릅쓰고 벌어진 총격전의 틈바구니 속에 청룡용사들은 피난길에 산역이 닥친 이 여인에게 우장을 쳐주어 초연속에 나마 옥동자를 알뜰하게 받아 내었다. 다 부서진 군청 사무소에 지푸라기를 깔고 따뜻이 갓난아기를 재운 뒤 산모에겐 「C·레이션」을 끓여준다. 「링케르」를 맞혀 준다 하여 앳된 아기 엄마는 그저 흐뭇하기만―. 목숨을 건 전장의 긴박속에 메아리진 인정의 회류에 아기의 할머니도 언니도 귀가 길의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사진=윤정규 특파원 글="장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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