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품은 손때 묻을수록 매력 … 선조들 지혜 고스란히 배여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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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도자기 등 옛날 물건들로 가득한 ‘古 옛촌 민속품’점을 운영하는 이관종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온양 민속박물관 옆 ‘古 옛촌 민속품.’ 온갖 항아리와 고목들로 둘러 쌓인 매장 입구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는 매장 안은 4개 벽면을 가득 채운 고서화와 고가구를 비롯한 민속품들로 가득했다. 매장 정면 가득 꽂혀진 LP판에 낡은 전축, 손때 묻은 뒤주와 도자기·옹기·반상기·목 공예품·병풍·놋그릇·곤로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옛 것들로 빽빽하다. 온양 토박이로 한 자리에서 20년 넘게 민속품을 수집·판매하고 있는 이관종(61) 대표를 만나 내력을 들어봤다.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古 옛촌 민속품은 어떤 곳인가.

“정식으로 문화재 매매 허가를 받은 인증업소다. 흔히 생각하는 희귀한 고미술·그림·도자기 같은 골동품 외에 선조들이 써 왔던 온갖 생활용품, 민속공예품을 취급한다. 젊은 시절 취미로 하나 둘씩 민속품을 수집하던 것이 직업으로 연결됐다.”

-단골이 많은가.

“어렵게 살았던 시절을 잊지 못하는 50~60대 고객들이 가장 많다. 예전에 썼던 낯익은 물건들을 다시 소장하고 싶어 사가는 경우다. 목기만 찾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우표나 고서만 수집하는 고객도 있다. 자수용품을 좋아하는 여자 고객은 베갯모에 갖가지 무늬를 색실로 수놓은 수베개와 자수 벽걸이에 관심이 많다.”

-고객들이 자주 찾는 민속품은.

“한옥에 대한 향수 때문에 한옥 문짝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삭막한 아파트에서도 멋스럽게 꾸밀 수 있는 항아리나 고재 선반을 자주 찾는다. 옛 라디오나 전축, 선반을 얹어 테이블로 쓰기 위해 드레스미싱 다리를 사가는 주부도 있다. 종종 영화나 드라마 관계자들이 소품으로 쓸 민속품을 구한다며 전화로 물어 오는 경우도 있다.”

-매입은 어떻게 하는가.

“시골집을 팔거나 정리하면서 문의 전화가 온다. 시골에 사는 어르신들의 연락을 받는 일이 많다. 고가의 민속품을 만나는 일은 희박하지만 오래 전부터 써 온 민속품들을 보면 반갑다. 일제 강점기 이후에 나오는 민속품 외에 간혹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희귀한 물건이 나오면 감정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애착이 가는 민속품이 있다면.

“옛 물건들은 모두 정감이 간다. 거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 썼던 물건들이라 가만히 뜯어보면 선조들의 지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산수화나 수묵화 같은 그림을 좋아해 많이 수집했는데 아무래도 장사를 하다 보니 비슷한 취향의 고객을 만나면 서로 교환하거나 팔게 된다.”

-보람을 느낀 때는 언제인가.

“금방 만들거나 자주 나오는 물건들이 아니고 한 집안의 가옥을 정리하면서 얻어지는 민속품이 대부분이라 아쉬울 때가 많다. 그래도 고객들이 원하는 물건을 구해 줄 때는 보람을 느낀다. 또 고객들이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보물찾기 하듯 구석구석을 찾아 물건을 사 갈 때 기분이 좋다.”

-어려운 점은 없나.

“‘TV쇼 진품명품’ 프로그램으로 민속품의 값어치가 높아져 장사를 하는 입장에선 물건을 더 비싸게 매입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점점 귀해지고 사라져 가는 민속품이 많아 ‘이 일을 괜히 시작했구나’ 후회스러울 때가 많다. 종종 소장하고 있는 골동품의 진품여부를 물어오는 고객들이 있는데 워낙 정교하게 만들어진 중국 가품이 많아 구별하기 힘들 때가 많다.”

-민속품을 잘 보관하는 방법은.

“민속품은 손때가 많이 묻어날수록 매력 있다. 깨끗하면 오히려 소장가치가 떨어진다. 일부러 칠을 하거나 꾸미지 말고 때 묻은 그대로 먼지만 털어서 소장할 때 가장 멋스럽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작은 개인 박물관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재벌이 아닌 바에야 힘든 일이다. 젊은 학생들이 신기해하며 민속품을 사 가는 모습 보면 옛날 젊은 시절의 내 모습이 생각난다. 옛날 음악다방의 추억이 많아서 LP를 많이 수집했다. LP를 틀어 주는 커피숍을 차리고 교육 자료가 될 만한 민속품을 진열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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