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사망자 연 8000명 줄일 수 있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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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삶과 죽음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 바로 중환자실이다. 인공호흡기의 도움 없이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 그런데 이 중환자실엔 ‘불편한 진실’이 있다.

대부분 병원이 전문인력을 두지 않거나, 전공의(레지던트) 몇 명만 둔 경우가 많다. 2009년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조사해 보니 국내 220개 병원 중환자실 가운데 전담의가 없는 곳이 64개(30%)나 됐다. 서울 강북 소재 한 병원 전공의는 “평상시엔 마취과 의사가 중환자실 환자를 보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각 진료과에 콜(연락)을 해서 오도록 한다”며 “진료를 보던 중이면 중환자실 도착이 늦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환자실에 전담의가 있으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까. 신증수 강남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전담의를 배치하면 연간 8000명의 패혈증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환자실에선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많은데, 초기 대응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능숙한 전담의가 아니라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들이 전담의 배치를 꺼리는 건 돈이 많이 들어서다. 현재 중환자실 수가(15만원)와 의사에게 추가로 주어지는 가산금(환자 한 명당 1만8000원)은 턱없이 낮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중환자실은 비싼 장비가 많아 연간 한 병상에서만 수천만원의 적자가 나는데 경영논리로는 운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병원협회가 2012년 자체 조사한 결과 중환자실 원가보전율은 63.3%였다. 36.7%의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장은 “중환자실은 공공재 성격으로 봐야 한다”며 “정부가 인건비를 보조해 주는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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