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속 살이 25년|백여 생명 건져|정년 퇴직하는 소방관 이효성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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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불 속에 뛰어들고 물밑을 뒤지면서 사람의 생명을 건질 때 소방관은 소방관이기 전에 그들의 가족이 됩니다』25년간의 소방관 생활을 마치고 17일 정년 퇴직하는 이효성(50·용산 소방서 후암 파출소)씨는 소방관의 생활을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25살 때 소방관이 된 이래 1천여회나 출동하여 1벡여명의 목숨을 구했다.
고미파 화재 때 화염이 충천하는 불 속에 뛰어들어 두 어린이를 사지에서 구했는가 하면 지난해 한강 수재 때에는 「로프」를 이용, 3명의 목숨을 건지는 등 민완 소방관으로 알려진 이씨는 내무부장관 표창 3개를 비롯하여 10여개의 상장을 도맡아 받았다. 이씨에게 이제 남은 것은 셋방살이와 7명의 식구밖에 없다. 이씨는 이날 식전에 입고 나올 신사복조차 마련하지 못해 소방관복을 개조한 국민복에 아들의 「코트」를 빌려 입고 동료들이 마련해 준 새 직장 한국「스레트」의 노동복이 하루 빨리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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