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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40년의 반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어제 16일 KBS는 개국 40주년을 기념하는 호화찬란한 행사를 가졌다. 왜정 치하에서 비록 방송 본래의 목적을 위하여 설립된 것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40년 전인 1927년 이날, 호출부호 JODK, 출력 l「킬로와트」로 첫 전파를 내보냈던 사단법인 경성방송국이 오늘의 방대한 KBS기구로 발전하기까지의 발자취를 회고 할 때 참으로 금석지감을 금할 수 없다.
1935년 당시의 통계에 의하더라도 전국을 통틀어 고작 서울과 부산의 2개국, 1만8백여대의 「라디오」밖에 없던 이 나라가 이제는 관·민영 방송국을 합하여 무려 35개국, 2백73만3천여대의 각종 수신장치를 가지고, 출력에 있어서도 세계최대규모의 5백 「킬로와트」를 자랑하는 방송의 전성기를 맞이한 감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제의 경축 행사는 비단 오늘날 「대한민국 중앙방송국」으로 호칭되는 국영방송의 자축행사로서 라기보다는 도리어 이날이 우리 나라 방송문화의 첫「테이프」를 끊은 날로서 함께 경축되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더 말할 것도 없이 KBS의 역사는 기구했던 지난 반세기의 우리 민족문화의 역사를 여러모로 상징하는 것이다. 일본인에 의하여 세워져 「매스콤」으로서의 본래의 구실보다 한국인에게 일본의 식민지 사상을 고취하기 위해 철저하게 관의 통제를 받던 것이 과거의 국영방송이었다고 한다면, 40년의 역사를 쌓은 오늘날의 KBS는 이제 이러한 오욕에 찬 과거의 역사를 청산하고, 그야말로 밝고 옳은 미래를 향하는 자세를 가다듬는데 그 어른다운 면모를 찾아야 할 것이다. 개국40주년을 맞아 최근 KBS는 몇 가지 새로운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대대적인 보도진의 확충계획 1천8백 여장의 신규LP반 구입, KBS교향악단의 지방순회 공연 등이 그 내용이다. 물론 좋은 계획들이라 하겠으나, 우리가 보기에는 이제 불혹의 나이를 먹은 KBS가 더욱 유념하여야 할 것은 그 보다도 좀 더 높은 차원에 있는 것으로 안다.
그 첫째는 공정하고 더욱 명랑한 방송을 위하여 다년간 식자층 국민의 여망으로 돼있는 국영방송의 철저한 공영화 계획을 하루 속히 실천에 옮길 방안을 수립하는 일일 것이다. 제 외국에서 실시하고있는 특수 법인체를 구성하여 철저한 공영화를 실시하거나, 아니면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이를 조속히 민간에 불하하는 방안이 신중히 검토돼야 할 것이다.
다음은 관영방송이 하나에서 열까지 민영 방송과의 경쟁 상대자로서 군림하려들던 종래의 태도를 일신하는 일이라 하겠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관영 방송의 「스폰서」제가 조속히 폐기 되어야하며 또 모든 「프로그램」편성에 있어서의 경쟁의식이 철저하게 불식되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공보부는 민방을 억제함으로써 KBS를 키우려 하는 것과 같은 종래의 태도를 일소하고 이제 조장행정으로서의 공보부의 본래의 사명에 투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 중계탑의 공동 사용을 위한 편의 제공과 각 민영방송국의 출력증가 및 지방「네트워크」설립에 대하여 그야말로 공정무사한 조장행정을 펴는 것만이 이제 40년의 연륜을 쌓은 우리나라 방송문화의 참다운 개화를 위해 초급한 일임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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