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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하룻길을 가려면 승도 보고 속도 본다』는 속담이 있다. 이것은 긴 생을 사노라면 좋은 일도 있고 궂은 일도 겪는다는데 비유해서 흔히 쓰인다. 승속간에 어느 편이 길이요 어느 쪽이 흉이요 하고 한말로 얘기하기는 어려운 일이겠으나 살다가 보면 온갖 일을 다 겪게 마련인 것이 인생일 것이다.
지금 각급 학교를 두고 전후기로 나누어 입시가 한창이다. 전기는 발표가 끝났고 후기시험도 미구에 닥쳤다. 대학의 경우, 올해 고교 졸업생이 13만 6천여명 인데 그 입학정원은 3만3천여명으로 진학률은 24% 남짓하다. 나머지 10만명은 진학을 못하게 된다. 대학 지원률이 연평균 55%라니 이 가운데는 진학할 형편이 되어도 낙방의 쓴잔을 마신 학생이 있겠고 형세가 여의치 못해 단념의 슬픔을 되씹어야 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얼핏 학교 중심의 교육관에만 치우쳐서 평생에 걸쳐 배워야 한다는 슬기를 저버려 학력이라는 형식적인 자격에만 편중된 지금 풍조나, 사람의 지적인 능력만 소중히 여기고 기능적인 직업을 얕보는 것 같은 편견 속에서는 진학을 기쁨으로, 그렇지 못한 것을 슬픔으로 할지 모른다. 과연 생의 보람이 그렇게 조급하고 또 값싼 것일까.
승속을 번갈아 가며 가는 길에 비긴 선인의 고지를 좇아 생을 야구라 쳐보자. 이겼다가 졌다가 하는 「시소·게임」에서 중간에 몇 점 더 얻었다고 기뻐 날뛰기는 빠르다. 그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9회 후반 「굿바이·호머」의 역전으로 발을 굴러야하는 수도 있는 법이다. 서전에서 점수를 빼앗겼다고 해서 좌절감에 사로잡힌다면 「콜드·게임」을 자초하는 거나 마찬가지 얘기가 된다.
부침과 일승일패는 병가뿐만 아닌 인생의 상정이니 마치 모든 시름을 굳건한 의지의 「배트」로 날려 삶의 마지막 승자가 되어지기를 다짐하는 첫 계기가 바로 지금인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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