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2단계|고대 법학과에 수석 합격한 김영모 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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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을 때 받은 설움을 생각하니 정말로 감개무량합니다』 ―두 번의 검정고시를 통해 올해 고려대학교에 응시, 법대 법학과에 3백25점(4백점 만점)으로 수석의 영광을 차지한 김영모(19)군은 8일 낮 합격의 소식을 듣고 기쁨 속에서도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김 군의 고향은 충북 보은군 회북면 묘암리.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 슬하에서 가정이 어려웠기 때문에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없었다.
국민학교를 간신히 마치긴 했으나 중학교나 고등학교, 더구나 대학까지 진학한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김 군은 낙심하지 않았다.
그는 집에서 낮에는 어머니를 도와 농사일을 하면서 밤이면 희미한 등잔불 밑에서 책과 씨름했다.
63년 7월 김 군은 고등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러나 어려운 형편에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가 없었다. 홀어머니 김운재(46) 여사는 아들의 향학열을 북돋워 주기 위해 농사일을 못하게 했다.
동네 사람들의 「공부벌레」라는 애칭을 들으며 책과 씨름한 끝에 65년 7월 김 군은 대학입학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그 당시의 감격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고 했다. 김 군과 어머니는 물론은 동네가 모두 축하해 주었다 했다.
그러나 기쁨만이 계속되지는 않았다. 66년 김 군은 서울 모 대학에 응시했었으나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시험에서의 첫 실패에 자극된 김 군은 다시 두문불출, 1년만에 마침내 오늘의 영광을 가슴에 안은 것이다. 【보은=박봉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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