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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공무원의 숙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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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느 사회에서나 약간의 부정과 부패를 송두리째 없앨 수는 없으며, 공무원 역시 이 병폐를 완전히 탈피하기란 힘든 일에 속함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의 공무원부패는 상식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이만큼 극에 달하고 있음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복잡한 행정절차의 틈을 타서 갖가지 구실을 붙여 국민을 괴롭히는 관례는 예부터 있기는 하였으나, 요즈음 와서는 그 성질과 정도가 국민의 참지 못할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무원의 박봉만을 탓할 수도 없는 악질적인 행위는 공공연한 비밀로 되어있으며 이런 폐단의 근본적인 광정 없이는 국원이 가라앉을 수는 도저히 없는 지경에 도달하고 있다.
끊임없는 두통거리인 이 문제에 관해서는 행정부 당국자들도 여러 대책을 고안해 보았으나 별로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던 바 지난 1일에 총무처장관은 공무원 중앙징계위원장의 자격으로 그 동안의 부정공무원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3급 이상 공무원 1백여명을 곧 징계위에 회부할 뜻을 밝혔다.
동시에 그는 앞으로 죄질이 나쁜 비위공무원에게는 형사책임까지 물을 방침임을 시사하고, 현존 공무원 기강확립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할 것도 아울러 밝혔다한다. 그 위원회의 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미상이나, 조직적이고 계속적인 감시와 사전경고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자 한다.
이와는 따로 국무총리는 4일의 기자회견에서 일부 공무원의 부정을 개탄하면서 총무처장관의 발언은 부연하여 부정공무원을 그 정도에 따라 사직·징계 및 고발의 세 가지 대책을 마련할 뜻을 밝혔다. 행정당국이 부정공무원에게 형사책임까지 추궁할 태도를 밝힌 것은 부정숙정의 결의를 말해주는 것으로서 우리는 이번 기회에 발본적인 대책이 강행되기를 바라고자 한다.
한가지 우리로서 덧붙이고 싶은 것은 공무원의 부정은 하급자에게만 한정되어 있지 않으며 그 상급자의 부정에 대해서도 과감한 징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웃물이 맑지 못할 때 아랫물만 맑으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풍문에 의하면 하급에서 상급으로 올라갈수록 공무원 부패와 부정의 정도가 심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급공무원의 부정을 색원하는 것이 도리어 말단직까지 포함한 모든 공무원의 부패를 막는 가장 빠르고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후진국에 공통되는 문제로서 공무원의 부패가 언제나 논의되는 것은 사실이며, 이를 조속히 시정하는 나라일수록 정상적이고 능률적인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고 본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부패가 그대로 계속할 때에는 경제성장도, 민주화도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임을 인식하고, 심각한 반성과 실현성 있는 대책을 강구할 것을 행정책임자에게 부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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