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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기회의 땅 텍사스를 주목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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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미국 동부에는 뉴욕이 있고, 서부에는 LA가 있다. 북부에도 시카고가 있지만 남부의 휴스턴은 잘 보이지 않는다. 휴스턴은 뉴욕.LA.시카고에 이어 넷째로 큰 도시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그 휴스턴은 텍사스주의 사실상 수도나 다름없다.

텍사스는 모든 것이 크다. 면적은 알래스카에 이어 둘째고, 인구도 캘리포니아 다음으로 많다. 국내총생산(GDP)상의 경제력도 캘리포니아 다음으로 크다. 세계 10위 규모인 우리보다 100조원 이상 큰 규모다. 텍사스의 경제력이 이렇게 커진 데는 석유의 힘이 무엇보다 크게 작용했다. 에너지의 수도이자 허브인 휴스턴에는 세계 석유 메이저들의 본사가 있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을 주무르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10년 후를 내다보라고 강조했다는데, 텍사스도 석유가 고갈될 때를 대비해 오래전부터 미래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해 왔다. 그 결과가 생명공학과 통신 및 정보기술(IT) 분야로의 진출이다.

먼저 생명공학과 관련해선 휴스턴시 한복판에 세계 최대의 의료단지인 '텍사스메디컬센터'가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심장이식 수술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텍사스심장연구소'를 비롯, 50여 개의 병원과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고 무려 6만5000명에 달하는 의료인들이 종사하는 거대한 병원도시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암 연구 및 치료센터인 'MD앤더슨 암센터'도 여기에 있다. 암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만도 900명이 넘고, 연간 예산만 17억 달러(약 1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곳의 암치료는 수술보다 약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는데, 바로 이 점이 생명공학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를 열어 주었다. 수술은 의술만 발달시키지만 약물 치료는 생명공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텍사스인들의 야심은 최첨단 미래산업인 우주산업에까지 이르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존슨우주센터가 다른 나라와 컨소시엄을 통해 진행 중인 우주정거장 건설이 핵심이다. 여기에는 일본도 참여하고 있는데 우리도 빨리 이 계획에 참여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텍사스의 IT 산업 역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에서 기업형 도시로 가장 성공한 오스틴이 그 중심지다. '실리콘 힐'이라고 불리는 오스틴은 새너제이의 실리콘 밸리와 함께 미국의 3대 IT 중심지로 꼽힌다. 컴퓨터와 TV 핵심부품의 원천 기술을 많이 보유한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 중 하나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도 여기에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댈러스 리처드슨 시에 3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제조공장을 짓고 있는데, 이 회사의 핵심 기술연구소를 경기도 같은 곳에 유치해볼 만하다. 삼성전자 역시 이곳에 대규모 투자를 해 이미 기존 투자액을 전액 회수함으로써 현지투자에 성공한 사례를 만들었다.

샌안토니오에 본사를 둔 SBC커뮤니케이션스사는 최근 장거리 전화 사업자 AT&T를 인수해 미국 1위 통신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AT&T는 미국에서 발명특허뿐 아니라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벨 연구소'를 거느리고 있어 기술적으로도 부가가치가 높은 회사다.

상황이 이러니 중국과 일본은 텍사스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2002년 장쩌민 주석이 휴스턴을 방문한 이래 중국과 텍사스의 관계는 갈수록 깊어가고 있다. 일본도 샌안토니오에 대규모 도요타 트럭 생산공장을 건립해 중남미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그렇지만 텍사스가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텍사스에서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워싱턴에서는 애틀랜타의 카터 사단과 캘리포니아의 레이건 사단이 가고, 그 공백을 차지한 텍사스의 부시 사단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텍사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데다 부시 전 대통령이 휴스턴에 거주하면서 아들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국익을 위해 텍사스와 끈끈한 경제협력과 투자를 위한 세일즈 외교를 시급히 전개하면서 텍사스 인맥을 형성하고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동석 주 미국 휴스턴 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