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사원인 최모(30)씨는 올해 초에야 ‘빚쟁이’ 딱지를 벗었다. 졸업한 지 정확히 2년 만이었다. 그는 석사 과정까지 마치면서 2000여만원의 학자금을 대출받았다. 원금은커녕 이자도 갚지 못해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는 “대학 시절 내내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열 명 중 3명은 학자금으로 인해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011년 대학 졸업생 18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30.3%(559명)가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1인당 평균 대출액은 901만원이었다. 빌린 학자금을 다 갚기까지는 평균 3년10개월(45.5개월)이 걸렸다. 10명 중 6명(61.3%)은 본인이 빚을 갚았으며 부모가 대신 갚아주는 경우도 36.5%였다.
또 학자금 대출을 받은 졸업자가 빚 상환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질이 낮은 일자리를 얻거나 적성과 상관없이 빨리 취업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자금을 대출받은 대졸자가 직장을 갖고 있을 확률은 84.1%로 대출을 받지 않는 졸업자(80.6%)보다 3%포인트 이상 높았다. 반면 일자리의 질을 보여주는 척도인 고용보험 가입률은 대출자(86.3%)가 비대출자(89%)보다 낮았다. 학자금 대출에 대한 부담 때문에 좋지 않은 일자리에 취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송창용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학생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학자금 대출보다는 장학금 제도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