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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전이 안겨준 희비 2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내가 만일 천국에가 그곳에 당신이 없다면, 나는 별마다 당신의 이름을 그려, 천사들이 오면 당신이 내 사랑임을 알려주겠소.』
「리처드·캠프스」상사는 한국에 있는 그의 약혼녀 윤(21)양에게 마지막 사랑의 시를 띄워 보내고 월남 땅에서 「베트콩」총탄에 숨졌다. 그러나 사랑하는 약혼자가 전사한 줄도 모르고 하루 빨리 재회의 날만을 기다리던 윤 양.
지난해 12윌 「리처드」상사가 월남전선에서 전사했으나 그의 가족 상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국에서 「리처드」상사의 친척을 찾아보았으나 허탕이었다. 「리처드」 상사가 한국 아니면 일본여인과 결혼했다는 풍문이 그의 가족상황의 전부였다. 그러나 그 여인을 찾아내기는 힘들어 그의 가족 상황 조회가 거의 절망적으로 끝날 무렵, 「성조지」(성조지)한국지부에 전화가 결려왔다. 「리처드」상사의 약혼녀 동생이 찾아온 것이다. 그녀는 언니와 「리처드」상사가 함께 찍은 사진과 언니 앞으로 온 많은 편지를 갖고있었다.
윤 양이 그를 처음 안 것은 64년 「리처드」상사가 인천에 주둔하고 있을 때였다. 그 후 「리처드」상사는 귀국해버렸으나 윤 양이 대학을 졸업하면 결혼할 것을 언약했다. 그동안 오간 수 백 통의 편지를 부여안고 윤 양은 울먹였다. 작년6월 「리처드」상사가 미제 4보병 사단에 근무 중 잠깐 휴가를 얻어 윤 양 집에 들른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윤 양 곁을 떠나기가 아쉬워 휴가 연기원을 냈으나 그의 부대가 월남에 파견되어 허가되지 않았다. 그 후 작년 「크리스마스」전후에 한국에 오겠다던 「리차드」상사는 10월30일 마지막 편지를 띄운 후 싸움터에서 숨졌다.
윤 양이 그의 전사를 안 것은 그녀의 편지가 「전사, 회송」이라는 붉은 글씨와 함께 되돌아왔을 때였다. 모 대학 3학년에 재학중인 윤 양은 「리처드」상사와의 긴 사연을 회상하면서 『이제 그를 추념하기 위해 고아원이나 경영하겠다』고 말하며 슬픈 마음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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