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위기 확산? 강아지 꼬리털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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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존 립스키 전 IMF 수석부총재가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계 경제, 언제 회복되나’란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내년까지 회복 흐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 경제가 긍정적인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완만한 성장세로 돌아선 게 분명하다.” 존 립스키(66) 전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가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미 존스홉킨스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22일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는 올해 3.1%에 이어 내년엔 3.7%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경기가 탄탄한 회복 흐름을 탔다고 봤는데, 근거는 뭔가.

 “6년간 떨어졌던 주택가격이 최근 바닥을 치고 회복하는 중이다. 버블이 터지면서 금융위기를 야기했던 주택시장이 이제 침체에서 벗어나 경기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은 가계자산이 불어나는 ‘부(富)의 효과’를 가져와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다시 기업투자와 신용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본다. 주식시장이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도 긍정적 변화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를 끝내는 출구전략에 돌입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는데.

 “출구전략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 양적완화의 효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2%나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성공적인 결과다. 자신감을 가진 Fed는 이를 더 밀어붙여 경제성장의 기틀을 확실히 다지려 할 것이다.”

 -키프로스 구제금융 사태로 유럽 경제가 다시 흔들릴 조짐을 보이는데.

  “키프로스는 ‘강아지 꼬리’도 안 된다. ‘강아지 꼬리의 털’ 정도다. 크게 우려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곧 해결될 것이다. 유럽연합(EU)은 미국처럼 하나의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단일시장과 단일통화가 유지되는 한 유로존은 앞으로 더 확대하고 번영할 것으로 본다. 다만 구조조정과 제도개혁, 효율성 증대, 노동비용의 개선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단일 금융감독체제 도입도 시급하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성공할까.

 “일본 정부는 GDP의 0.5%에 해당하는 경기부양에 들어갔다. 일본은행의 양적완화는 더 크게, 더 길고 넓게 이어질 것으로 본다. 더 넓게라는 의미는 정책 수단이 더욱 다양해질 것이란 뜻이다.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를 지금 거론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우체국금융 민영화 등 구조개혁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다. 돈을 푸는 데만 그치지 말고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세계 경제 회복의 복병은 .

  “무엇보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실업률이다. 일자리 문제에 관한 한 선진국 어느 정부도 속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 정책의 비효율성과 신뢰 상실도 위험요소로 남아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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