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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커 병력 최대 5000명 … 심기 불편한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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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취임 축하 전화를 걸었다. 통화 말미에 오바마는 “사이버 안전에 대한 위협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완곡한 표현이었지만 새로 취임한 외국 정상과의 첫 통화에서 거론할 만큼 미국의 우려가 크다는 방증이었다.

 이처럼 사이버 테러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위험수위다. 뉴욕타임스가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new cold war)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할 정도다.

 오바마 대통령 특사로 19~20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제이컵 루 재무장관도 시 주석에게 이 문제를 거론했다. 반면에 시 주석은 루 장관에게 “중국과 미국은 커다란 공통의 이해를 가지고 있으나 상당한 차이도 있는 게 사실”이란 말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중국은 상하이(上海)에 본부를 둔 인민해방군 61398부대를 비롯해 세계 최대의 해커부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커 병력은 2000~5000명에 달할 것으로 미국과 일본 정보당국은 파악한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24일 중국 명문 상하이 자오퉁(交通)대 교수진이 61398부대 대원들과 사이버전에 관한 논문을 2007년 이후 최소 3편 공동집필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학계와 정보기관 작전 요원과의 협동연구는 선진국에서는 거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이런 움직임을 점점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주 미 상원정보위원회에서 연례 안보 브리핑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클래퍼 국장은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안보 위협은 사이버 공격과 사이버 스파이 활동”이라며 “사이버 공격이 북한의 핵 위협이나 시리아의 내전보다 더 위험하다”고 보고했다. DNI 브리핑에서 사이버 공격이 미국에 대한 최고의 위협으로 적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1년과 2012년은 테러리즘이었다.

 특히 지난달 20일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미국의 컴퓨터 보안업체 맨디언트는 미국 내 140개 회사에 대한 해킹 사건을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 결과 중국 인민해방군 61398부대가 해킹에 연루된 혐의가 크다고 주장했다. 61398부대는 인민해방군 사이버사령부 소속인 만큼 중국군과 정부가 간여돼 있다는 게 보고서의 골자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주장을 부인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17일 총리 취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해커 부대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국제 해커의 공격을 받는 최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최형규·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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