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유례없는 밀착 … 그들은 미국이 부담스러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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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모스크바 AP=뉴시스]

“현재의 중국-러시아 관계는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를 맞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이구동성으로 양국 간 밀월(蜜月)을 찬양했다. 시진핑은 국가주석 취임 후 일주일 만에 첫 외국 방문지로 러시아를 찾았다.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3시간 동안 푸틴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어 양국 정부 관계자들과 국영기업 대표들이 30여 건의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을 양국 정상은 흐뭇하게 지켜봤다.

 냉전 시기 두 나라는 적성국과 다름없었다. 1960~70년대 옛 소련의 수정주의와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주의 간 이념대립에 국경분쟁까지 겹쳐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았다. 소련의 침공을 두려워한 중국은 ‘죽(竹)의 장막’을 걷어 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을 베이징에 초대했다. 소련이 붕괴하자 92년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며 관계 정상화의 시동을 걸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은 2003년 주석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으로 러시아를 선택해 협력 수준을 끌어올렸다.

 현재 양국을 밀착시키는 최대 요인은 미국의 존재다. 미국이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을 선언한 가운데 새로 들어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미·일 동맹 부활을 선언하면서 중·러 공조가 절실해졌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양국의 ‘핵심 이익’을 상호 지지하기로 약속했다. 각각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와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두고 일본과 벌이는 영토 분쟁에서 서로 지원군을 자처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에 맞서 북한 핵과 이란 핵, 시리아 문제 등에서도 공조를 강화할 전망이다. 시 주석은 ‘모스크바 국립국제관계대’에서 한 강연에서 “중·러 관계는 세계 균형의 보장책”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러의 긴밀한 협력은 서방과 관계를 맺는 데 주체적인 운신 폭을 넓혀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23일 외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시 주석에게 작전통제센터를 공개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러시아 국방차관은 “미국이 유럽에 구축 중인 미사일 방어(MD) 체계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에 시 주석이 공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러시아 최신 전투기 SU-35MB 등의 구매 협상을 마무리하는 등 국방 분야 공조도 강화할 예정이다.

 양국을 잇는 또 다른 끈은 에너지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등으로 유럽 시장에서 러시아산 석유·천연가스의 인기가 떨어지며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물주로 부상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은 가스관을 통한 러시아 천연가스의 중국 공급에 합의했다. 향후 가스관 건설을 시작해 2018년부터 30년간 매년 380억㎥의 러시아 천연가스가 중국으로 흘러간다. 중국은 그간 가스관이 아닌 선박으로 천연가스를 수입해 왔다. 지난해 천연가스 총 수입량은 42억5000만㎥에 불과했다. 양국은 몇 년간 공급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전격적으로 합의에 도달했다. 러시아 석유회사 로스네프티는 중국으로부터 2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25년간 중국에 원유를 공급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24일 러시아를 떠나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도착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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