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선희의 DVD파일] 춤에 인생 건 젊은이들의 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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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로 즐길 장르로 춤 영화를 빼놓을 수 없다. 신나는 음악은 물론 편집의 묘를 살린 현란한 춤을 실제 무대 이상으로 전해주기 때문이다.

토머스 카터의 2001년 작 '세이브 라스트 댄스'(15세 이상 관람가.파라마운트) 는 힙합 댄스를 소재로 한 청춘 성장 영화다. 미국에서 지난 해 1월 톰 행크스의 무인도 탈출기 '캐스트 어웨이'를 누르고 흥행 1위에 올랐다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타급 배우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 작은 영화가 선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10대가 주인공인 댄스 영화 공식을 충실히 따른 점을 꼽아야겠다. 발레리나를 꿈꾸던 여고생이 어머니의 죽음으로 춤을 포기한다. 자기 때문에 어머니가 죽었다고 자책하던 소녀는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남자 친구의 격려에 힘입어 다시 오디션에 참가한다.

'플래시 댄스'이래 춤 영화가 택하고 있는 '연습-좌절-재도전'의 전형을 벗어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 단순함을 메워주는 것이 10대 배우의 풋풋한 매력과 땀 내음까지 전해질 듯한 신나는 댄스 장면들이다.

발레와 힙합 댄스를 잘 소화해낸 사라 역의 줄리아 스타일스는 용모가 독특하다. 그래서인지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에선 터프한 여학생 역을, '위키드'에선 아버지에게 집착하는 딸 역을 맡는 등 평범한 소녀와는 거리가 먼 배역을 소화해 냈다. 여기다 춤까지 익혔으니 단연 기대주다.

연기가 아닌, 진짜 현대 발레와 고전 발레를 감상하고 싶다면 실제 무용수들이 집단 출연한 '열정의 무대'(15세 이상.컬럼비아) 를 권한다. 미국 최고의 발레 스쿨인 아메리칸 발레 아카데미가 무대. 전통 발레와 현대 발레 사이에서 자기 길을 찾아가는 남녀 무용수들의 우정과 사랑, 경쟁을 그리고 있다.

춤으로 감정을 전할 수 있는 이들이 부럽다가도 피가 흐르는 발가락을 붕대로 감아가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보게 되면 안쓰러워진다. 두 작품 모두 제작 과정과 뮤직 비디오 등을 부록으로 담고 있다.

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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