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무법천지 된 칸다하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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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떼처럼 날뛰는 군벌 세력의 등쌀에 일부 아프간 주민들은 탈레반을 그리워한다.

수요일 밤, 한 무리의 떼강도가 이 집 저 집을 옮겨 다니며 흉기를 휘두르는 등 강도행각을 벌였다. 이들은 칸다하르 외곽 마난 메디칼(Manan Medical)의 진흙벽돌로 지은 집들을 잇따라 습격했다.

그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시르 모하메드(Shir Mohammed)는 강도들이 이웃집에 침입해 인질들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고 강도질을 하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새벽 3시가 되자, 문제의 강도들이 이번에는 시르의 집에 쳐들어와 그의 집에 머물고 있던 손님의 손발을 묶고 현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르와 그의 친척들은 강도들에게 달겨 들었고, 날이 밝을 때까지 총을 쏘며 달아나는 이들을 추격해 결국 이들의 본거지인 경찰서까지 쫓아왔다.

이 도시에서는 정부가 주는 봉급이 의지할만한 수입원이 못되기 때문에, 타락한 경찰들은 이러한 습격을 일종의 '세금 징수'로 여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혈충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 라이벌 군벌 세력간의 원한을 풀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분열된 도시 칸다하르에서, 굴 아그하 셰자이(Gul Agha Sherzai) 신임 주지사는 완전하게 이 도시를 장악하지 못했다.

라이벌 군벌 사령관들은 아그하 주지사를 미국으로부터 공급받은 무기와 돈으로 무장한 파키스탄 제휴세력으로 보고 있다. 굴 아그하는 부족한 경찰과 보안 병력을 채우기 위해 라이벌 사령관 휘하에 있는 군인들을 고용했지만, 이들이 섬기는 대상은 따로 있었다.

굴 아그하가 파키스탄에서 모집한 非칸다하르 아프간인들로 구성된 이 강도단은 아침 7시에 라이벌 군인들에게 포위 공격을 받았다. 두 진영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졌으며, 로켓 수류탄도 한몫 했다. 길모퉁이에 몸을 숨기거나, 창문에서 갑자기 몸을 내밀며 총을 쏴대느라 주변에 있던 시민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 소규모 총격전은 라이벌 군대의 승리로 끝났다. 결국, 2명이 후송되었다. 주변에 몰려들었던 구경꾼들이 흩어지고, 총격을 벌이던 군인들은 비로소 긴장을 풀었다.

지금 굴 아그하 주지사가 처한 상황은 과거와는 다르다. 지난 1994년 그가 주지사였을 때, 이 지역은 온통 무법천지였다. 그래서 탈레반이 집권하자 시민들은 크게 환영했고, 굴 아그하는 파키스탄으로 도피했다. 그러나 지금, 도박을 좋아하는 건장한 체격의 이 신임 주지사는 탈레반과 알 카에다 조직원들을 추격하는 미군에 협조해야 한다. 이로인해 알 카에다 전사들을 동정하는 많은 시민들의 분노를 사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많은 아프간인들이 도피중인 외국출신 알 카에다 조직원들을 이슬람 형제로 여기고 있다. "아랍출신 알 카에다 조직원이 도움을 요청하면, 국경으로 안내해 주겠다,"고 한 과일상인이 솔직하게 말했다. 지저분한 칸다하르 뒷골목에는 조그만 돌멩이를 쌓아 만든 수천개의 무덤이 있다. 한 쪽 무덤에는 녹색과 흰색의 깃발이 달린 12피트(약 4미터) 높이의 나무기둥이 즐비하게 꽂혀 있다. 바로 외국출신 알 카에다 조직원들을 위한 "아랍인 무덤"으로, 하루에도 수백명의 시민들이 경의를 표한다.

지금까지 미군은 알 카에다와 탈레반 포로 2백70명을 체포했는데, 대부분 칸다하르 외곽에 있는 해병대 기지에 수감돼 있다. 새로 잡혀오는 포로들은 FBI와 군사전문가들의 심문을 받는다.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고 있다,"고 한 군사소식통이 밝혔다. "이들이 마침내 입을 열고 있다. 이제 지칠대로 지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상당한 몇몇 알 카에다 전사들은 미르와이즈(Mirwais) 병원에서 아직까지도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즉, 이들은 병실 안에서 권총과 수류탄을 가지고 벌써 2주 동안이나 저항중이다. 처음에는, 예멘, 사우디 아라비아, 수단 등 중동국가 출신의 외국 병사 18명이 의사를 위협해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자, 9명이 몰래 병원을 빠져나갔다. 작년 12월 23일 미 특수대원들과 아프간 군인들이 병원건물을 포위하고, 의사 한 명을 시켜 병실 안에 있던 알 카에다 병사 한 명을 속여 병실을 옮기도록 했다. 들것에 실려 나온 이 환자는 곧 밖에 대기하고 있던 미군에게 체포되었다. 그러나 큰소리로 외치는 그의 경고소리를 들은 동료들은 곧 병실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쳤다. 현장에 있던 한 의사는 "그들은 항복하지 말라고 코란에 적혀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은 성전(聖戰)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들은 미국인들을 죽이고 싶어한다."

체포된 그 알 카에다 병사는 미군 기지로 보내졌고, 아프간 군측은 나머지도 허기에 지쳐 투항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저항하던 이들은 절단된 다리에 염증이 생긴 동료 한 명을 내보냈다. 그러나 나머지는 아직까지도 저항중인데, 누군가가 이들에게 음식과 약을 몰래 가져다 주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칸다하르에서는 아무도 믿을 수 없다.

MICHAEL WAR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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