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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소설의 구조|작품분석을 중심으로(1) - 김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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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 서=내부구조의 탐색>
참으로 많은 평가들이 동인을 논평해 왔다. 모두들 그럴듯한 목소리로 동인을 얘기해 왔다. 그런데도 자꾸만 허황하게 들릴 때가 많은 것은 무슨 때문일까.
그것은 종래의 평가들이 동인소설을 내부로 파악해 들어가기 전에 외부로, 외부로만 파악해 들어갔기 때문이다. 좀 더 동인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설의 외피가 아니라 내부를-그 캄캄한 내부를 탐색했어야 했다.
나는 이제 종래의 평가들이 매만지다 그만둔 동인소설의 내부구조를 탐색할 생각이다. 그리하여 동인소설의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이야기해 볼 생각이다.
내가 조사한 바로는 동인 소설 중에 본격적인 단편 또는 단편형에 가까운 소설은 총 56편이었다.
이 중에서 쓰다가 중단해버린 작품과 동인 스스로의 자전적인 수기체 소설은 동인소설의 구조를 파악하는데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고 이를 추려내 버렸다. 이렇게 추려내고 남은 작품이 45편이었다.
이제 이 45편의 소설을 대상으로 동인소설의 구조를-그 내부 구조를 탐색해 보기로 한다.

<2. 작중인물>
소설의 생명은 무엇보다도 작중인물에 달려있다. 인물대신 동물을 등장시킨 소설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인간을 우유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저「이솝」우화에서 인간대신 동물을 등장시켜 갖은 곡예를 부리고 우리의 가슴을 찌르는 교훈을 준다해도 그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이야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산문과 인물-소설과 인물. 이것은 뗄 수 없는 불가결의 요소이다. 같은 문학이면서도 자연만을 노래한 시는 있어도 인물이 제거된 채 자연만을 이야기한 소설은 없다. 말하자면 작중인물은 소설의 생명인 것이다. 「갤스워디」의 말대로 인물만 잘 설정해 놓으면 「액션」의 진행 문제는 스스로 해결된다고 한 것도 작중인물 -「캐릭터」가 소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한 예이다.
따라서 작가가 그의 소설에 어떤 인물을 주인공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소설의 성격은 나타난다. 말하자면 하나의 인물은 그 인물이 가지는 한계 속에서 행동하게 마련이다.
「영채」를 등장시켜 「김연실」의 세계를 그릴 수 없으며 「하학도」를 등장시켜 「홍길동」의 세계를 그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인은 그의 소설 속에 어떤 주인공을 선택하고 있을까.
①세대와 직업
우리는 작중 인물의 성격을 알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주인공의 세대 문제와 직업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하나의 인물이 어느 세대에 속하느냐에 따라서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리라는 윤곽은 대개 나타난다. 같은 인물에 있어서도 그가 처해있는 세대와 생활 감정 및 행동 반경과는 일정한「톤」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가 어느 세대에 속하는 인물을 많이 선택하며 그가 어느 세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느냐에 따라서 그 작가가 가지고 있는 사회에의 관심도는 측정할 수 있다.
동인 소설 45편의 주인공을 10년을 단위로 해서 구분해 놓으면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10대=5편(11.2%) 2O대=24편(53.3%) 30대=5편(11.2%) 40이상 11편(24.3%)
이상에서 보는 대로 동인 소설의 주인공은 45편 가운데 10대가 5편으로 11.2%, 20대가 24편으로 53.3%, 30대가 5편으로 11.2%, 40대 이상이 11편으로 24.3%로 되어 있어 20대가 주인공으로 된 작품이 반 이상이 넘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20대 주인공이 많은 것은 동인의 관심이 20대에 많이 쏠렸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이 20대라는 세대는 한 가정의 주인이 되기에는 너무나 어린 세대다. 그리고 사회의 주인이 되기에는 더구나 어리다. 그들은 아직도 사회에 발을 붙이고 사회를 그 나름의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에는 너무나 어린 세대다. 그들은 30대나 40대가 사회 속에서 실천하고있는 그런 생활과 책임을 가지지도 못하는 세대다. 말하자면 아직도 사회에 뿌리를 박고 서있는 인물이 못된다.
따라서 이런 주인공을 내세우고 그 인물을 통해서 작가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어떤 한계성을 갖게 마련이다. 사회의 주인이 될 수 없는 세대, 사회에 뿌리를 박고 서 있지 못하는 세대를 내세워서 사회를 이야기하거나 사회를 비평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동인은 사회와는 유리된, 말하자면 사회의식이 결여된 작품을 제작한 작가라고 볼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자신 사회의식이 결여된 작가라고 볼 수가 있다.
다음, 주인공과 사회와의 관련성을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주인공의 직업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 주인공의 직업유무와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 사고 내용과 행동의 한계성을 엿보게 되고 작가의 사회에 대한 관심도도 측정할 수 있게 된다.
이제 동인 소설의 직업 유무와 직업 내용을 나타내 보면 다음과 같다.
유직=24편(53.3%) 무직=19편(42.3%) 미상=2편(4.4%) <직업내용=학생1,교사3,샐러리맨4,기녀3, 예술인3, 농부2, 상인2, 판사1, 하인3, 신학자1, 가짜의사1>
이상에서 보는 대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45편 가운데 24편으로 53.3% 무직자가 19편으로 42.3% 미상이 2편으로 4.4%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무직자가 42.3%나 되고 직업인이라고 해도 기녀 하인 학생 가짜의사 등은 정당하게 사회적 활동을 하는 직업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도 실제 직업과 관련되는 이야기를 하고있는 것은 극히 적다. 따라서 동인 소설의 주인공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불완전한 직업이거나 무직자나 다름이 없다.

<배회><김덕수><송첨지> 등 몇 개의 작품이외에는 직업인으로서의 구실을 하고있는 주인공은 없다. 한마디로 동인 소설의 주인공은 직업을 가지지 않는-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한 인물들이다.
따라서 동인은 인간을 파악할 때 인간이 처해 있는 사회와의 관련하에서 파악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것은 사회에 뿌리를 박고 서 있지 못한 20대의 주인공에 관심을 많이 쏠렸다는 사실과 더불어 동인 스스로의 사회 의식의 결여를 말해주는 것이다.
②파격적 인물
동인이 선택한 인물들의 성격은 어떠한가하는 문제는 그 인물이 갖고있는 외적조건. 말하자면 세대라든지 직업이라든지 하는 문제보다도 소설의 성격을 더욱 확연하게 해 준다.
우선 동인 소설의 주인공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정상적 인물과 파격적 인물로 나누면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정상=21편(46.7%) 파격=24편(53.3%)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동인 소설에 있어서 정상적 인물의 주인공인 것이 21편으로 46.7%밖에 안되고 오히려 파격적 인물의 주인공인 것이 24편으로 53.3%나 되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파격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에는 탕아, 탕녀형 인물과 지나치게 난폭한 인물로 되어있다.
탕아형인 것으로는 <마음의 옅은자>의 「K」, <발가락이 닮았다」의「m」을 그 대표적 인물로 들 수 있다.「k」는 아내가 있는 학교 교사인데도 탕녀형인 「y」라는 여교사와 성 유희를 즐기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러한 「육의 사랑」이라고 자인하면서도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발가락이 닮았다>의「M」은 지나친 방탕 때문에 성불구 자가 되어 고민하는 인물이다.
동인 소설에는 주인공 외에도 이러한 탕아형 인물이 많이 나온다. <송둥이>의「황주사」, <전제자>의「P」, <딸의 업을 이으려고>의「P」, <약한 자의 슬픔>의「K남작」, <유서>의「A」, <배회>의「B」등은 모두 그러한 인물이다.
이러한 탕아형 인물과 짝을 맞추어 탕녀형 인물들이 동인 소설에는 상당히 많다. <결혼식>의「송선비」·<김연실전>의 「연실이」, <사진과 편지>의「혜경」, <유서>의 「봉선」,<감자>의 「복녀」, 그리고 기생이나 술집의 나까이인「금패」, <눈을 겨우 뜰 때>,「최정자」 <가두>, 「다보꼬」 <대탕지 아주머니>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탕녀형 인물들이다. 이 외에 <약한 자의 슬픔」의 「엘리자베드」,<거칠은 터>의 「영애」도 이 부류의 인물에 속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아닌 인물 중에서도 <마음의 옅은 자>의 「Y」, <배회>의「도순」, <금연실전>의 「명애」등은 모두 탕녀형 인물이다.
약혼한 남자를 두고도 조금도 죄의식 없이 간통하는 「송선비」 육촌오빠와 밀통하는 「봉선」, 성을 개방하는 것을 선구자로 착각하는 「김연실」 ,새끼집을 도려내고 성 유희에 빠지는 「Y」등 모두들 경쟁이나 하듯 음탕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하고있다. 그리고 이들 인물들은 성 유희에 빠지면서도 자식을 가지지 않는 점이 공통된다. 생식을 거부한 성생활 그것은 이미 성 유희에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도 이들 인물들은 자기의 행동에 대해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 말하자면 죄의식이라든지 「모럴」의식에는 아예 불감증에 걸린 인물이다.
이들 인물들이 독자적 「모럴」의식이 있어서 이러한 행동을 하고 있다면 그런 대로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 인물들은 전통적 「모럴」의식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자신들대로의 독자적「모럴」의식을 가지는 것도 또한 아니다. 그저 본능과 충동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
오직 「김연실」만이 성의 개방을 선구자의 요건이라고 착각하는 인물도 있지만 그 저변은 역시 본능과 충동대로 사는 인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위에든 인물 외에 동인 소설에는 상식을 벗어난 광폭한 인물들이 나온다. <광염소나타>의 「백성수」, <붉은 산>의 「삵」. <포플러>의 「최서방」, <광화사>의 「솔거」등은 그러한 인물이다. 그리고 이런 인물의 대표적인 것이 「백성수」다.「백성수」는 한편의 음락을 얻기 위해 살인, 방화, 시간, 시체 희롱 등을 서슴지 않고 감행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러한 격렬한 행동을 하고 나서야 하나의 예술(음악)을 창조해내고 있다. 방화를 한 다음 그 방화에서 느끼는 광폭적 희열을 음악으로 적어놓은 것이 <성난 파도> 요 송장을 옷 벗겨 놓고 희롱하다 흥분에 못 이겨 만들어 놓은 것이 <피의 선율>이다. 그리고 죽은 여인을 무덤에서 파내어 시간하고 난 후에 제작된 것이 <사령>이다.
한편의 예술을 위해서 「백성수」는 광폭하고 야수적인 행위를 능히 할 수 있는 인물이다.

<포플러>의 「최서방」은 축적된 성욕 때문에 살인·강간을 몇 번이고 범하는 인물이고 <붉은 산>의 「삵」이나 <광화사>의 「솔거」도 이와 비슷한 특이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이렇게 파격적이고 극단적인 인물들은 성격에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인물의 됨됨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탕지 아주머니>의 「다부꼬」는 돼지와 같이 생겨 몸을 팔려고 내놓았지만 아무도 사려들지 않는 아주 추한 인물이고 「곰네」도 그 성질이나 됨됨이가 곰같이 생긴 인물이다. 그리고 <광화사>의 「솔거」, <유서>의 「A」도 극도로 추한 인물로 되어있다.
동인의 작중 인물들은 극단적이고 파격적인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동인이 평범한 성격의 인물보다 극단적인 특이한 인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오늘 날의 오영대 씨가 바탕이 선한 인물을, 손창섭 씨가 병적인 자의식의 인물을 많이 다투고 있는데 대해 동인은 성격이 극단적인 인물들을 많이 다룬 작가이다.
③입체적 인물
그리고 동인 소설의 주인공을 「E. M. 훠스터」가 얘기한 평면적 인물과 입체적 인물로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평면적=28편(62.2%) 입체적=17편(37.8%)
이상에서 보는 대로 평면적 인물이 주인공인 것이 28편으로 62.2%, 입체적 인물인 것이 17편으로 37.8%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평면적 인물(Flat character)이란 「E. M. 훠스터」의 말대로 단일 관념이나 성질을 가진 인물이다. 말하자면 『나는 결코「미코버」씨를 버리지 않겠어요』하면 그 말대로 결코「미코버」씨를 버리지 않은 인물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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