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순화 교수와 떠나는 천안이야기 여행 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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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흥덕왕 때 진산조사가 절 뒤 바위에 마애불을 조성하고 그 아래 절을 창건해 해선암이라 했는데 지금의 태학사로 추정되고 있다. 오른쪽은 태학산 자연휴양림으로 오르는 등산로.

이미 많은 산사를 돌아본 것 같은데 아직도 천안에는 가볼 만한 산사가 많이 남아 있다. 조용히 심신을 달랠 수 있는 곳이 한 지역에 이렇게 많다니 과연 천안이 하늘아래 가장 편안한 도시라는 말이 전혀 무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호에서도 고즈넉한 산사를 둘러볼 텐데 이번에 찾아갈 곳은 자연휴양림이 조성돼 있어 가족 산행에 더없이 좋은 태학산이다. 또 태학산에는 태학사와 법왕사도 자리잡고 있다.

정리=최진섭 기자 , 사진·도움말=백순화 백석대 교수

보물 제407호 삼태리 마애여래입상.

| 태학산

태학산은 높이가 455m로 천안시의 풍세면과 광덕면 그리고 아산시 배방면 경계에 위치한 산이다. 한글지명총람과 한글학회 등에는 태화산으로 표기돼 있지만 이름이 언제 바뀌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으며 산기슭에 있는 태학사의 이름을 따서 흔히 태학산이라 부른다고 한다. 지금도 태화산, 태학산을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태학산은 1998년 천안시에서 자연휴양림으로 조성해 새로운 명승고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산 정상에는 팔각정이 있어 천안시와 아산시 일원을 조망할 수 있으며 옛날에는 통신시설인 봉수대가 있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올린 봉화를 북으로는 아산 연암산 봉수가 받아 한양으로 올리고 남으로는 쌍령 봉수가 받아 공주로 올렸다고 한다. 또 산 중턱에는 식수로 사용했다는 약수터가 있고 안내판에 동양 최대라고 적힌 삼태리 마애석불과 태학사·법왕사 두 개의 절이 나란히 있다. 태학산은 거리가 약 1.5㎞에서 1.9㎞ 정도인 3개의 산행코스가 있어 가족 산행을 권해 본다.

| 태학산 자연휴양림

태학산 자연휴양림 초입에는 제1, 2 주차장이 넓게 잘 정비돼 있다. 휴양림 정문 안내초소를 지나니 ‘어서 오십시오’라고 쓴 큰 글씨가 방문객을 반겨준다. 인사말 때문인지 사람들은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등산길에 오른 중년여성들의 웃음소리가 크다. 누가 대한민국은 아줌마의 힘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던가?

사계절이 아름다운 태학산 휴양림의 가을은 유난히 단풍이 곱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데크로 이어진 길은 걷기에 아주 편하다. 솔방울이 주렁주렁 달린 노송과 바위가 어우러져 있는 아름다운 숲에는 ‘소나무 집, 참나무 집’ 이름표가 붙은 숲속의 집, 어린이 놀이시설인 곡류천 쉼터, 양치·습지식물원, 소나무숲 생태 관찰원 등이 있어 가족과 함께 맑은 공기를 마시며 휴양하기에 좋다. 그뿐만이 아니다. 언제나 솔바람이 부는 태학산 늘솔길을 따라 가면 수목원 야생화 단지 외에도 곳곳에 심어놓은 허브 향에 저절로 힐링이 된다. 산 중턱을 오르면 예전에 식수로 사용했다는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 앞에는 황금빛으로 물든 은행나무 두 그루가 한평생 서로 섬기며 사랑해온 노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처럼 나란히 서있다.

| 태학사·법왕사

태학사는 1931년 춘담화상이 이곳 삼태마애불을 친견하고 불심이 동해 공주 마곡사에서 득도 수계한 후 무가무인한 이곳에 최초로 태학사를 창건했다고 한다. 또 신라 흥덕왕 때 진산조사가 절 뒤의 바위에 마애불을 조성한 뒤 그 아래 절을 창건해 해선암이라 했고 이 해선암이 태학사의 다른 이름이라 추정하나 알 수가 없다.

태학사 옆에는 대한불교조계종 금강동굴 기도도량이라 적힌 법왕사가 있다. 법왕사는 해선암 아래쪽에 암반을 둘러 조성 했다고 한다. 두 절의 정확한 역사는 알 수 없으나 암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지어진 대웅전과 요사체, 미륵전, 산신각 등이 매우 아름답다.

| 천안 삼태리 마애여래입상

약수터에서 위쪽으로 계단을 오르다 보면 진산이 조각했다고 전하는 보물 제407호의 마애불이 있다. 해선암 뒷산 기슭 큰 바위에 높이 7.1m, 가로 3m의 근엄한 표정을 지은 천안 삼태리 마애여래입상이 조각되어 있다. 작품 양식으로 보아 고려시대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마애불 위쪽 바위에는 건물이 있었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오르는 숲길 중간마다 걸어놓은 시인들의 시 구절이 등산객들의 마을을 울린다. 고은 선생님의 시 한수를 소개한다.

 바람 부는 날

 풀 보아라

 나무 보아라

 가만히 있지 못하는 짐승 보아라.

 등산을 마치고 ‘안녕히 가세요’란 인사말을 보며 주차장으로 내려오면 오래된 비닐하우스 식당이 있다. 자칭 꽃사슴 안주인과 털보 아저씨가 운영하는 ‘털보네’ 식당으로 칼국수 한 그릇에 김치가 일품이다.

◆삼태리 마애여래입상=보물 제407호로 지정된 마애불의. 얼굴은 고려시대 일반적인 불상처럼 넓적하고 볼이 늘어져 있으며 광대뼈가 나온 양쪽 뺨은 살이 길고 통통하다. 얼굴에 비해 코가 비교적 큰 편이며 작은 입은 경직된 인상을 준다. 마애불은 화강암 바위에 높이 7m, 가로 3m의 온화한 미소를 간직한 조각입상으로 동양최대의 마애석불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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