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거장의 혼이 밴그 트럼펫 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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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장용'으로 미국 대중음악의 거장들 음반이 줄줄이 선보여 눈길을 끈다. 쳇 베이커(Chet Baker), 프랭크 시내트라(Frank Sinatra),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장르도 다르고, 대중음악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자리도 각기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음악적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찾은 뮤지션들이다. 이번 음반들은 이들의 족적을 정리하는 음반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쳇 베이커 더 라스트 콘서트 1&2

"쳇 베이커라는 뮤지션이 있죠,/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았다지요./ 이름을 날릴 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즈사에 남을 인물은 아니었지요./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트럼펫 연주가 탁월했던 것도 아니죠…/ 60년대에는 오직 마약을 살 돈을 구하기 위해 연주를 했다네요./(중략)/ 콘서트 후에 그는 자신이 묵던 호텔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하지요./ 암스테르담 경찰은 이를 사고사로 처리했죠./ 그러나 나는 다르게 봐요./ 그의 음반을 자꾸 들을수록,/ 그리고 앨범 재킷 사진을 보면 볼수록 그는 휴식을 선택했다는 쪽으로 생각이 자꾸 기울거든요….<김영하 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중에서>

재즈 보컬리스트이자 트럼페터 쳇 베이커. 1988년 5월 13일 금요일 새벽, 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호텔에서 창 밖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그의 나이 59세였다.

이제 15년이란 시간이 흐른뒤 쳇 베이커의 유작앨범인 '쳇 베이커 더 라스트 그레이트 콘서트 1&2'가 최근 국내에 선보였다. 이 앨범은 88년 4월 27~29일 독일의 하노버공연 실황녹음으로 하노버 심포니 등이 참여한, 쳇 베이커 최대 규모의 콘서트였다고 한다.

부제인 '마이 페이버릿 송스 1&2'에서 알 수 있듯 본인이 선곡한 곡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 역시 주목을 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명곡 '올 블루스'를 비롯해 쳇 베이커의 연주와 노래라면 흔히 떠올리는 '마이 퍼니 밸런타인''아이 폴 인 러브 투 이질리', MJQ의 '장고' 등이 수록돼 있다.

어떤 이들은 쳇 베이커가 최고의 테크니션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독특한 개성과 원숙함이 깃든 연주 앞에서 테크닉 운운하는 것은 어쩐지 촌스러운 일처럼 여겨진다.

듣는 이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서정적이면서 사색적인 연주와 보컬은 재즈의 묘미를 모르는 이들조차도 매료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누군가 말했듯이 그는 "트럼펫을 연주하듯이 노래하고 노래하듯이 트럼펫을 연주했다."

▶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듀엣츠

30대 이상만 돼도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라는 이름에서 조금은 색다른 무게감을 느낀다. 60~90년대에 걸쳐 시대마다 미국 차트 1위곡을 낸 그녀만큼 대중적 인기를 오래 유지해온 뮤지션도 드물다.

이번 음반까지 그녀가 지금까지 발표한 음반은 총 60장. 이 중에서 28장이 1백만장 이상 팔렸고, 47장이 50만장 이상 팔렸다. 올해로 61세가 된 바브라. 이번 앨범은 지금까지 그녀가 발표해온 듀엣곡을 모아 그녀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닐 다이아몬드와 함께 부른 '유 돈 브링 미 플라워스'는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곡. 비지스의 배리 깁과 함께 부른 '길티'와 '왓 카인드 오브 풀'은 비지스의 향취가 물씬 배어난다.

▶ 프랭크 시내트라 모스트 페이모스 히츠

프랭크 시내트라는 엘비스와 함께 미국의 손꼽히는 국민가수다. 한국의 장년층 남성들이 애창하는 팝의 고전 '마이 웨이'는 67년에 발표된 샹송에 영어 가사를 붙여 69년에 발표했던 히트곡.

그의 또 다른 히트곡 '뉴욕 뉴욕'은 80년, 같은 제목의 영화 주제곡으로 발표됐다.'마이 웨이'와 '뉴욕 뉴욕'의 제목으로 두 장의 CD로 구성된 이 음반은 그가 생전에 발표한 2백 50여장의 앨범 가운데 38곡의 히트곡만 수록하고 있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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